트위터 “뉴스에 요금 지불”… 콘텐츠 유료화 바람 부나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5월부터 미디어 기업들이 트위터에서 기사 한 건에 대한 클릭마다 요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썼다.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한 독자가 기사 전문(全文)을 읽기 위해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에 대해 소액의 구독료를 청구하는 결제 창을 띄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독자들은 언론사 웹 사이트를 월 단위로 구독할 필요가 없고, 언론사는 기사 건당 더 높은 요금을 책정 할 수 있어 ‘윈윈(win-win·모두 이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이익 배분 비율과 가격 등 세부 조건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미디어 기업들이 추진해온 콘텐츠 유료화에 빅테크가 동참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에 대해 유료화 바람이 일고 있다. 그동안 메타(페이스북)나 알파벳(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플랫폼들은 온라인 뉴스와 같은 웹 콘텐츠를 유통하며 고객을 모으고 수익을 냈지만, 콘텐츠 생산자들에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마치 ‘봉이 김선달’ 같은 장사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와 공정하게 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빅테크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에도 온라인 뉴스가 대거 투입되면서 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에 돈 내라고 요구하는 언론들
지난해 말 미국 의회에서 언론사들이 플랫폼 기업과 수익 배분을 교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저널리즘 경쟁과 보호에 관한 법률(JCPA)’이 상·하원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미국 언론사들이 모인 뉴스미디어연합은 “신문사들은 빅테크의 수년간 남용을 견뎌낼 여력이 없고, 조처할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며 JCPA 입법을 촉구했지만 빅테크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메타는 “JCPA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페이스북 내 뉴스 콘텐츠를 차단하겠다”고 나올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도 JCPA와 비슷한 온라인뉴스법이 도입되자, 메타는 페이스북에 뉴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호주에서 온라인뉴스법이 됐을 땐 구글이 검색 엔진을 폐쇄하겠다고 나섰으며, 메타는 실제로 호주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를 일주일 정도 차단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고, 호주 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하자 구글과 페이스북은 호주 대형 미디어 기업들과 뉴스 사용료 지불 계약을 체결했다.
◇언론, 출판계 “AI 학습에 동원되는 기사도 돈 내야”
뉴스 사용료 논쟁에 기름을 끼얹은 건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에 뉴스 기사가 동원된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뉴스미디어연합은 최근 기업이 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를 AI에 학습시킬 경우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챗봇을 개발한 빅테크 중 뉴스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없다. 미국에서 하루 5700만명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레딧도 최근 “레딧의 콘텐츠가 오픈AI의 데이터로 이용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앞으로는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구글의 바드나 오픈AI의 챗GPT처럼 인간에 가까운 언어를 사용하는 AI 챗봇은 무료로 웹에서 모을 수 있는 방대한 ‘글’ 덕분에 존재한다. 특히 AI 학습에는 정제된 고품질의 글이 필요한데, 일정한 형식이 있고 확인된 정보를 다루는 뉴스가 최고의 학습 데이터로 꼽힌다. 이런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했던 언론사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돈을 내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출판사들도 자사의 콘텐츠가 챗GPT와 언어 모델 AI를 훈련하는 데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 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판인회의가 최근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한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추후 한국형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해 출판 저작물이나 콘텐츠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AI 서비스 기업에 출판 콘텐츠를 제공할 때는 사용 목적이나 분량, 범위, 기간 등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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