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최저임금 공익위원 계산식, 폐기가 답

기자 2023. 5.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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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노동자 평균 실질임금은 총액이 0.1% 줄었다. 임시일용직 실질임금은 2.3%나 줄었다. 그들은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꼬박 1년간 실질임금 하락을 견뎌냈다. 작년에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랬다면 재작년엔 달랐을까.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2021년 한 해 노동자 평균 실질임금총액은 0.4% 증가에 그쳤다. 반면에 작년이든 재작년이든 노동생산성(노동투입 대비 산출량)은 어떻게 측정해도 그보다는 더 크게 올랐다. 한국에서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간 괴리는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간극이 벌어지니 걱정이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

경제학에서 노동생산성과 임금을 비교하는 이유는 임금이 노동생산성보다 더디게 오르는 것을 경계해서다. 그 경우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자들의 소득 몫이 줄어 불평등이 심화되는 탓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노동소득을 억누르려는 정반대 요량으로 노동생산성과 임금 간 연계를 악용하는 모양새다. 작년과 재작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들의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 산식에 의해 결정된 꼴이 그랬다. 공익위원 불참으로 첫날부터 파행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앞으로 어떨까.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연간 생산액이다. GDP는 생산량에 물가를 곱해서 계산한다. 여기서 생산량이 ‘실질GDP’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명을 보면, 국민경제생산성은 실질GDP 증가율 전망치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빼서 구한다. 그렇다면 국민경제생산성은 실질GDP에 소비자물가를 곱한 ‘GDP 비슷한 녀석’을 취업자 수로 나눈 것이다. 여기서 GDP가 아니라 GDP 비슷한 녀석인 이유는 GDP는 실질GDP에 소비자물가가 아닌 다른 물가를 곱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재만 고려하지만 GDP는 소비재와 생산재를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그렇다. 엄밀히 하자면 국민경제생산성은 취업자당 생산액이 아니며 따라서 생산성으로 해석할 수 없다. 경제적 실체가 없는 잘못된 개념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이런 공익위원들의 계산식에 근거해 최저임금이 정해져서는 안 된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앞의 지적처럼 산식 자체가 틀려서다. 더욱이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정하는 마당에 시간당 생산성이 아니라 취업자당 생산성을 따지는 것은 억지다. 그뿐이 아니다. 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취업자 수는 노동시간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취업자당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실제보다 작게 계산되기 쉽다. 현행 산식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억제하는 편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은 총노동과 총자본의 교섭을 통한 사회적 협상의 대상이다. 교섭은 당사자들의 자율성과 종합적 판단에 기초해야지 산식 따위로 제한되면 안 된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 결정 시 고려 사항이 복수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노동생산성을 제외한 다른 사항을 배제하면서 법적 근거도, 경제적 실체도 없는 엉뚱한 산식으로 사실상 최저임금을 정해서야 되겠는가. 그 산식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가치판단을 숨긴다. 임금은 노동생산성 범위 안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자본 입맛에나 맞는 가치판단 말이다. 그러니 그딴 산식으로 갈등 비용이 줄어들 리도 없다. 최저임금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아니며 산식은 알렉산더 대왕의 칼이 아니니 착각 마시라.

셋째, 임금이 노동생산성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적어도 최저임금 노동자한테는 성립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인권과 노동권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최저선의 보호 장치다. 인간의 가치는 노동생산성과 상관없으며 엉터리 산식으로는 잴 수 없다.

마지막 이유는 임금이 노동생산성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그래서 노동소득의 몫이 커지면 안 된다는 관념 자체가 잘못되어서다. 시장원리주의 경제이론에 의하면 ‘자유’ 노동시장에선 임금이 노동생산성과 크기가 같아지니 시장 개입은 안 될 말이다. 그러나 계급으로 분열된 노동시장 현실은 그런 이론과는 너무 다르다. 현실 속 노동자는 자본이 지휘하는 생산과정에 종속된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자본이 노동을 어떻게 통제하며, 어떤 기술적 과정을 어떤 배치와 속도로 도입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누가 누구의 생산성을 평가해 임금은 그것을 넘지 않게 주겠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최저임금 공익위원 계산식, 폐기가 답이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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