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카투사와 한·미 동맹 70주년
어떤 사람들은 카투사를 질시 반, 미움 반으로 바라본다. 당나라 군대의 전형이라거나 편한 군대 생활의 상징으로 여긴다. 속된 표현으로 미군 따까리로 비하하기도 한다. 모 유력 정치인의 카투사 아들 황제 휴가 사건으로 카투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1950년 김일성은 적화통일을 위해 민족상잔의 6·25전쟁을 일으켰다.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파병으로 반격의 기회를 맞게 된다. 하지만 미군을 위시한 다국적군은 한반도 지리와 기후 등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으로 전쟁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정세에 밝았던 이승만 박사는 이때 ‘신의 한 수’를 두게 된다. 1950년 8월 세상에 없던 카투사(KATUSA·미국 육군 증강 한국군) 제도를 들고 나왔다.
외국 군인 입장에서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한 국군과 인민군의 차이, 암호 해석, 포로 고문, 한국적 지형 파악 등에서 카투사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카투사 배치로 인해 유엔군은 눈과 귀가 열렸다. 첫 카투사들은 313명이었고 이들은 8월16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도착해 훈련을 받았다. 이후 미 육군 7사단에 배치되었고 한 달 뒤 ‘인천상륙작전’에 처음 투입되었다.
카투사는 거칠 것이 없었다. 선두에 서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섰다. 특히 가장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에서 최소 1만명 이상의 카투사가 전사했다. 한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흥남철수 뒤에는 장진호에서 끝까지 싸우다 산화한 미군과 카투사의 희생이 있었다.
한국전쟁으로 한국 육군은 14만2927명이 전사했다. 전체 참전자 81만3642명의 17.6%에 달한다. 반면 미군 전사자는 3만6492명으로 전체 파병자 160만명 중 2.28%였다. 그렇다면 카투사는 어떨까? 미군과 같이 생활하며 생사를 같이했던 카투사는 총 4만3660명 중 1만136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카투사 희생자 비율은 무려 26.03%로 그 희생이 가장 컸다. 카투사는 솔선수범해 최전선에서 북한군과 싸웠고, 조국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유엔군은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끝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총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았다. 공원 내 ‘추모의 벽’도 둘러봤다. 6·25에 참전한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은 작년 7월 설치됐다. 미 전쟁 기념 시설에 외국군의 이름이 새겨진 것은 카투사가 처음이다.
‘추모의 벽’이 세워지기까지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이하 연합회)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었다. 심상돈 연합회 초대회장이 10여년 전부터 ‘추모의 벽’ 설립을 위해 성금 모금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연합회의 김해성 전 회장, 김종욱 명예회장, 윤윤수 고문 등의 힘이 모아져 전사한 카투사의 넋을 비로소 기리게 되었다.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이다. 카투사들은 한국전쟁에서 큰 희생을 감내하며 거둔 성과로 그들의 명예를 빛낼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되고 있으며, 한·미 동맹의 역사를 이어가는 소중한 전설로 남아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은 미군과 카투사들의 영원한 우정과 그들의 헌신을 기리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오늘날 평화와 번영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한승범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 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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