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심상찮은 10대들의 극단 선택
한 젊은이가 파티에서 아가씨를 만나 한눈에 반했다. 공교롭게도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었다. 연정은 깊어 갔지만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은 멀어져 갔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권총을 사용한 삶의 마감이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얼개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작품이다. 1774년이 출간 시기다. 당시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선 권총을 이용해 이승과 헤어지는 게 유행병처럼 번졌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애달픈 서사가 300년을 훌쩍 뛰어넘어 한반도를 강습하고 있다. 10대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심상찮아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이 같은 선택은 2021년 10만명당 2.7명으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10만명당 1.2명이었던 2000년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했다. 12~14세는 2000년 10만명당 1.1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급증했다. 15~17세도 같은 기간 10만명당 5.6명에서 9.5명이 됐다.
더욱 충격적인 건 청소년의 불합리한 선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청소년 전부와 12~14세, 15~17세의 경우 모두 2009년까지 오름세를 보이다 내림세로 돌아서는데 2015~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바뀐다. 전체 인구의 이승과 헤어짐 비율이 줄어드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눈에 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3만2천392건이던 온라인 커뮤니티 극단 선택 관련 유해 정보는 2020년 9만772건으로 약 3배로 증가한 뒤 2021년 14만2천725건, 지난해 23만4천64건 등을 기록했다.
청소년의 건강한 삶이 나라의 성장엔진으로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이들을 제2의 베르테르로 만들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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