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로 쓰던 15평 막고 ‘재산권 행사’/전직 양평 공무원… 후배들이 본다
우선 법 위반은 아님을 전제하겠다. 현황 도로가 사유지일 경우 처분권은 소유주에게 있다. 최소한의 통행 공간만 제공하면 제한이 가능하다. 통행 공간의 크기 및 방법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경우 도로로 이용해 오던 주민들의 불편이 커진다. 이런 땅을 싸게 매입한 뒤, 비싼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비싼 값에 매입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로 땅값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목격되는 갈등이다. 딱히 논평의 소재로 삼기도 진부하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경우가 있다. 땅의 실질적 소유자가 전직 공직자다. 바로 그 지역 군청의 고위직 출신이다. 군 산하기관의 대표도 지냈다. 양평군 양평읍 대흥리의 작은 토지다. 49㎡(약 15평) 크기로 지목은 답(畓)이다. 인근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의 일부 구간이다. 아주 오랜 기간 그렇게 사용돼 왔다. 군청에서 아스콘 포장까지 했다. 이 땅의 소유자가 박모씨다. 양평군 고위공직자, 세미원 대표를 지낸 A씨의 부인이다.
‘여기는 개인사유지이므로 차량통행은 할 수 없습니다’, ‘4월7일부터 사유 토지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서 있다.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만 개방돼 있다. 나머지 공간은 돌을 쌓아 막았다. 부인 박씨가 이 땅을 매입한 것은 1996년 9월이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았던 작은 땅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매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도로 사용에 이의가 없었다. 올 초, 남편이 공직을 떠났고 그후 소유권 행사에 나섰다.
피해자는 주민들이다. 돈 주고 매입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 3월 마을 이장에게 토지 매각 비용으로 6천만원이 언급됐다고 한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23년 1월 말 현재 641만9천원이다. 6천만원이라면 공시지가의 10배다. 아무리 시세를 높이 잡아도 턱없다.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도로 알박기’가 됐다. A씨는 ‘아스콘을 걷어내 달라고 민원을 낸 것’이라고 했다. 아스콘은 주민이 아니라 군청 일이다.
밝혔듯이 법적인 책임을 말할 수는 없다. 당사자도 관련 법을 숙지했을 것이다. 우리도 이런 문제에 과도한 비난을 가하지 않겠다. 다만, 법에 아무 문제 없어 통행을 막듯이 사회 상규가 허락하는 정도의 지적은 해둘까 한다. 오랜 시간 양평군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퇴임 이후에는 산하기관 대표까지 했다. 주민들은 그런 그를 영원히 ‘아무개 국장’으로 부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네, 특히 양평군과 같은 도농 복합 지역의 정서다.
그렇게 존경받고 칭송받아야 할 사람이 공직을 떠나자 돌변했다. 왜인지 모르게 사뒀던 손바닥만 한 땅을 갑자기 재산 수단으로 들었다. 그 땅을 오가던 주민에게 통행금지를 선언했다. 인근 땅값의 5배, 10배를 얘기하고 있다. 법에만 안 걸리면 이렇게 해도 좋은 것일까. 그를 잇고 있는 수많은 후배 공직자들이 이 얘기를 알고 있다. 그 후배들은 오늘도 법보다 훨씬 팍팍한 도덕적 규범을 운명으로 알며 지켜 가고 있다. 그들에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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