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국회 회의록 속 이승만 대통령, 한국의 생존 위해 미국에 할말은 해”

이호재 기자 2023. 5.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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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국회 회의록은 대한민국이 태어나는 과정을 미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건국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회의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제헌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책 '오늘이 온다'(소명출판·사진)를 펴낸 권기돈 씨(60)는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말기 독재를 한 건 분명하지만, 제헌국회 회의록을 보면 단순히 친미 인물이 아니라 한국의 생존을 위해 미국이 못마땅해할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功過)를 명확히 알려는 노력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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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온다’ 펴낸 권기돈 박사
“70년 넘은 당시 회의록 읽어보면
대한민국 건국 과정 자세히 보여”
책 ‘오늘이 온다’를 펴낸 권기돈 씨는 “제헌국회 회의록엔 초대 국회의장, 대통령, 국무총리, 대법원장이 뽑히는 과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본인 제공
“제헌국회 회의록은 대한민국이 태어나는 과정을 미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건국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회의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제헌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책 ‘오늘이 온다’(소명출판·사진)를 펴낸 권기돈 씨(60)는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을 펴낸 건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논쟁의 근거 자체가 틀린 경우가 많은 걸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씨는 “행정부와 사법부가 구성되기도 전 세워진 제헌국회는 대한민국의 뼈대와 근육을 만든 최초의 국가기관”이라며 “제헌국회를 구성한 5·10 총선거가 열린 지 75주년을 맞아 제헌국회 회의록을 읽으며 대한민국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그는 신간에서 1948년 5월∼1950년 5월 제헌국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들여다봤다.

그는 특히 신생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과 각을 세웠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제헌국회의 행보에 집중했다.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인 1949년 5월 제헌국회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세계는 공산당하고 민주주의 이 두 가지가 같이 기쁘게 평화롭게 살 수 없는 것”이라고 발언하며 미국에 경고했다. 1950년 1월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아시아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일명 ‘애치슨 선언’을 발표하자 제헌국회도 즉시 “공산주의와 싸우는 것은 우리 한국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란 성명을 발표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 대통령의 제헌국회 연설도 흥미로운 점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총리는 의원들에게 “다들 일어나시오”라고, 발언이 끝난 뒤엔 “이젠 다 앉으십시오”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존중의 의미를 표하는 관례가 제헌국회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제1회 제헌국회 회의 땐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기도 했다.

70년 넘은 사료를 지금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말기 독재를 한 건 분명하지만, 제헌국회 회의록을 보면 단순히 친미 인물이 아니라 한국의 생존을 위해 미국이 못마땅해할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功過)를 명확히 알려는 노력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의 시작입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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