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 대통령 '세일즈 순방' 명암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3. 5. 3. 02: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7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정치·외교분야의 교류협력과 함께 민간 '경제외교'가 큰 축을 이루는 만큼 재계 총수들이 '민간 외교관'으로 동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순방을 전후한 윤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는 지지와 비판여론,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 갈등 등의 '노이즈성' 소식들이 경제인들의 교류협력과 투자뉴스를 가리는 형국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진우 국장

2017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정치·외교분야의 교류협력과 함께 민간 '경제외교'가 큰 축을 이루는 만큼 재계 총수들이 '민간 외교관'으로 동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시에도 총 52명의 기업 총수 및 CEO(최고경영자)가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특이한 점은 대통령을 따라가는 기업인들을 선정하고 발표하는 등의 작업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워싱턴DC에 있는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양국 상의 주최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하는 일정이 주요 이유로 꼽혔지만 재계 안팎에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당시 문재인정부의 탄생이 전임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 사건 및 탄핵을 발판 삼아 이뤄진 만큼 사건에 같이 휘말린 경제단체 및 재벌들과의 관계설정이 세간의 큰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순방에 국정농단 핵심세력인 재벌총수가 동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새 정부와 재계는 '서먹함' 그 이상의 미묘한 관계를 이루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임 정부까지 재계단체의 핵심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몰락하고 대한상의가 주도권을 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혔다.

정부가 아닌 대한상의가 동행 총수들을 '픽업'하는 모양새를 빌려 적절한 거리를 둔 셈이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엔 51명의 기업인이 동행했는데 결과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멤버를 추렸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현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도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총출동해 "생큐"를 연발하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

정권을 이어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첫 미국 방문길에는 기업 총수부터 경제단체장까지 122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지난 정부보다 2배 이상 인원이 늘었고 함께 가는 기업들의 권역과 기업인 면면도 다양해졌다. 역시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하면서 한미 양국의 '협력 보따리'를 줄줄이 풀었다.

그런데도 이번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현지 행보나 활약상은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묻혀보이는 게 사실이다. 미국 순방을 전후한 윤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는 지지와 비판여론,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 갈등 등의 '노이즈성' 소식들이 경제인들의 교류협력과 투자뉴스를 가리는 형국이다.

한쪽에서는 대통령의 치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경제도우미'들의 어쩔 수 없는 '쇼잉' 발걸음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무언가 보여줄 것을 만드는 것 자체를 무작정 폄훼할 필요는 없다. 이번 순방에 참여한 한 중견기업인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 역사에 트랙레코드가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할 얘기'가 생겼다는 얘기다. 뉴스에선 가려졌더라도 국가든 기업이든 '세일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소득이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