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분 나빴을 것"…출두 강행한 송영길 왜?

설상미 2023. 5. 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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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송영길 ‘입구컷’ 예상에도 검찰 출두 
여론 호도용? 정치쇼? 구속 영장 기각 노렸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검찰 출입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일 검찰 자진 출두했다. 검찰은 앞서 "조율 없는 출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 그대로 이날 송 전 대표를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출두쇼, ‘구속영장 기각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준비도 안 된 채 나를 귀국하게 했다"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나를 구속하라"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는 "유일한 수사 근거였던 이정근 씨의 신빙성 없는 녹취록은 증거능력도 부족하고 이후 재판과정에서 이정근 씨의 진술 번복으로 기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갑자기 (4월) 29일 아침 여섯 군데를 압수 수색을 했다"고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송 전 대표는 "참고인을 임의동행해 갖은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다"며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뭔가 나올 때까지 수사한다는 마구잡이식 수사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에서 송 전 대표는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반부패수사 2부 김영철 부장검사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측은 미리 출입을 위한 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송 전 대표 출입을 불허했다. 통상적으로 검찰청사 출입을 위해서는 조사 대상자로 미리 출입 등록이 돼야 들어갈 수 있다. 이날 송 전 대표는 청사 현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약 30분간 기자회견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송영길 전 대표가 지지자들이 응원에 미소를 띠며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습. /남용희 기자

송 전 대표 행보에 정치권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추후 구속을 면하기 위해 자진출두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조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차 있을지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나는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 의원은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자기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떳떳하다', '당당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정치쇼'라고 규정했다. 검찰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본인의 결백함을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출두 쇼"라며 "본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조사해 달라고 한다면 조사가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지금 수사 전개 과정에서 보면 송 전 대표가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호사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역시 '여론 호도를 위한 쇼'라는 입장을 내놨다. 천 위원장은 "송 전 대표도 변호사 출신이고, 피의자가 검찰에 먼저 찾아가 수사해 달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란 걸 알 것"이라며 "정치적인 쇼를 하고 있는 것이고, 여론 호도용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일방적 출석으로 불편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 출신인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치적 행위로 본인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검찰으로서는 자기 쇼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고, 굉장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측 인사들이 현역 의원, 대의원 등에게 현금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송 전 대표의 전·현 주거지와 개인 조직 사무실 등은 물론,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의 주거지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조만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감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윤관석, 이성만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윗선인 송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는 가장 마지막 순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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