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첫 성적표 받아든 보험사, CSM 산출 결과 놓고 의견 분분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실적 양호
손해보험사 호실적 전망
금융당국 CSM 산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지주에 속한 보험사들이 올해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한 첫 성적표를 받았다. 바뀐 회계기준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 온 만큼 보험사들의 표정은 밝다. 다만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출 결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CSM 산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에 속한 계열 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새 회계기준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 온 대형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KB금융 실적에 따르면 계열사인 KB손해보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2538억 원을 기록했다. 원수보험료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조1911억 원을 달성했다. 손해율은 81.7%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개선됐다.
올해 1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 출범한 KB라이프생명도 첫 실적에서 937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03.6% 증가한 기록으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합병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회사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의 1분기 순이익은 13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으나, 직전 분기 대비 69.4%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새롭게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은 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적자 폭(59억 원)은 크게 줄었다.
DGB금융지주의 DGB생명도 순이익이 3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4% 올랐다.
다만 하나금융지주의 보험계열사들은 모두 순손실 했다. 하나생명은 1분기 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하나손해보험 역시 8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신용위험 등 보험위험까지 전부 반영해 부채를 평가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이익을 계산하고, 이를 실적으로 공개해 왔으나 새 회계기준에서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미래 예상이익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보험계약 기간에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하는 CSM 확대가 순이익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CSM은 8조1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8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라이프와 DGB생명의 CSM은 각각 6조7000억 원, 6923억 원이다.
업계는 이달 2~3째주에 나올 다른 보험사 성적표를 주목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형사들의 경우 CSM 산출 기준 등에 따라 순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CSM 산출 결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CSM은 해지율, 사업비율 등 보험사마다 자율적으로 선택한 계리적 가정에 따라 산출된다. 따라서 계리적 가정을 잘못 해 CSM을 과대·과소계상하면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가 커져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CSM 산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식 공개된 CSM을 보면, 삼성화재(12조2000억 원), DB손해보험(11조2000억 원) 등 손해보험사들이 생·손보 업계 통틀어 1위인 삼성생명(11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 혼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손보사들의 CSM 산출 결과에 따른 격차가 커서 순위 변동이 있기도 하다.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CSM을 산출할 때 세운 계리적 가정의 근거가 합리적인지 따져보고, 개선 방안을 내놓을 지 여부를 연말 결산 전까지 판단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보험사들의 계리적 가정 내용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현재 사전 감사를 진행 중인 회계감사인들과 각사별 가정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편으로는 도입 초기부터 새로운 표준 방식이 마련되면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시스템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수년간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보험사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IFRS17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IFRS17의 원칙과 취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서로 표준화를 하자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회계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고 업계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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