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K컬처 성공의 이면
동남아서 ‘K팝 주춤’ 위기도 보여
프로모션 시스템보다 ‘팬덤’ 의존
불안 요소들 파악·대비 고민할 때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주도로 시작된 K팝 열풍은 BTS의 입대 공백에도 멤버들의 솔로 활동과 더불어 다른 K팝 아이돌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제 K팝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일상의 문화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달의 밝은 면 뒤 어두운 이면이 있듯 살짝 돌아보면 K컬처의 성공에 가려진 불안한 면도 조금씩 드러난다. 당장 동남아시아에서 K팝의 인기가 근래 주춤하는 등 ‘K팝 위기’ 징조가 보인다.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는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뒤 한 주 만에 45위로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역대 1위를 차지했던 곡이 그다음 주에 40위 밖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빌보드 역사상 가장 큰 순위 하락”이다.
이를 두고 BTS 팬클럽 아미는 빌보드가 음반 판매 집계 방식을 바꾸는 등 K팝 아이돌을 견제한 결과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마치 ‘K팝 팬덤 대 빌보드’의 대결 구도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한국 기획사들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기획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자체적인 프로모션 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팬덤의 ‘헌신’에 기대 주가 상승 등 반사이익만 챙긴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일부 팬도 기획사가 음반 발표 뒤 빌보드차트 진입을 위한 비용과 노력의 상당 부분을 팬덤에 전가한다고 느낀다. 팬덤은 순식간에 성장하기도 하지만 급속히 사그라질 수도 있다. K팝이 주류 팝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갖기 위해선 지금까지 성공에 만족하기보다 좀 더 진취적이고 체계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로 여겨진다.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도 조금씩 우려할 만한 상황이 보이기 시작한다. 당장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 티켓 값의 큰 폭 인상이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제작된 영화들이 흥행에 자신이 없으니 극장으로 가기보다는 제작비를 보전해주는 OTT에 작품을 넘기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한국 영화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번 윤 대통령 방미 외교 최대 경제 성과 중 하나인 넷플릭스 투자 유치도 콘텐츠 제작 업계가 무조건 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투자 유치로 풍족한 환경에서 양질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한편으로는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이 결국에는 넷플릭스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성공의 성과가 과연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가장 큰 우려다.
이는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 업체가 넷플릭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 자본에 의해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 환경이 바뀌면서 제작비가 치솟고 있다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기존에 제작비 10억원이면 만들 수 있었던 콘텐츠가 넷플릭스가 투자하면서부터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13억∼15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업체가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K컬처도 가장 좋을 때가 위기의 시작이라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겠다. 성공의 이면에는 불안 요소들이 자라고 있다. 이를 잘 파악하고 대비해야 K컬처가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 업계와 관련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할 때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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