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K컬처 성공의 이면

송용준 2023. 5. 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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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걸그룹 열풍… 드라마도 인기
동남아서 ‘K팝 주춤’ 위기도 보여
프로모션 시스템보다 ‘팬덤’ 의존
불안 요소들 파악·대비 고민할 때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주도로 시작된 K팝 열풍은 BTS의 입대 공백에도 멤버들의 솔로 활동과 더불어 다른 K팝 아이돌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제 K팝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일상의 문화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어디 음악뿐인가. 영화 ‘기생충’의 성공에 이어 ‘오징어게임’을 필두로 ‘지금 우리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거쳐 최근 ‘더 글로리’까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K드라마가 지구촌 안방을 파고들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이런 K컬처의 성공은 최근에도 눈에 띄는 성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BTS의 지민은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라는 곡으로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일궜다. 한국 영상 콘텐츠의 강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미국 국빈 방문 과정에서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달의 밝은 면 뒤 어두운 이면이 있듯 살짝 돌아보면 K컬처의 성공에 가려진 불안한 면도 조금씩 드러난다. 당장 동남아시아에서 K팝의 인기가 근래 주춤하는 등 ‘K팝 위기’ 징조가 보인다.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는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뒤 한 주 만에 45위로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역대 1위를 차지했던 곡이 그다음 주에 40위 밖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빌보드 역사상 가장 큰 순위 하락”이다.

이를 두고 BTS 팬클럽 아미는 빌보드가 음반 판매 집계 방식을 바꾸는 등 K팝 아이돌을 견제한 결과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마치 ‘K팝 팬덤 대 빌보드’의 대결 구도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한국 기획사들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기획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자체적인 프로모션 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팬덤의 ‘헌신’에 기대 주가 상승 등 반사이익만 챙긴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일부 팬도 기획사가 음반 발표 뒤 빌보드차트 진입을 위한 비용과 노력의 상당 부분을 팬덤에 전가한다고 느낀다. 팬덤은 순식간에 성장하기도 하지만 급속히 사그라질 수도 있다. K팝이 주류 팝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갖기 위해선 지금까지 성공에 만족하기보다 좀 더 진취적이고 체계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로 여겨진다.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도 조금씩 우려할 만한 상황이 보이기 시작한다. 당장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 티켓 값의 큰 폭 인상이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제작된 영화들이 흥행에 자신이 없으니 극장으로 가기보다는 제작비를 보전해주는 OTT에 작품을 넘기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한국 영화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번 윤 대통령 방미 외교 최대 경제 성과 중 하나인 넷플릭스 투자 유치도 콘텐츠 제작 업계가 무조건 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투자 유치로 풍족한 환경에서 양질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한편으로는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이 결국에는 넷플릭스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성공의 성과가 과연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가장 큰 우려다.

이는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 업체가 넷플릭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 자본에 의해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 환경이 바뀌면서 제작비가 치솟고 있다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기존에 제작비 10억원이면 만들 수 있었던 콘텐츠가 넷플릭스가 투자하면서부터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13억∼15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업체가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K컬처도 가장 좋을 때가 위기의 시작이라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겠다. 성공의 이면에는 불안 요소들이 자라고 있다. 이를 잘 파악하고 대비해야 K컬처가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 업계와 관련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할 때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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