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 '어쩔 수 없이' 포괄임금제? 경향·연합·한겨레 "아니던데?"

최승영 기자 2023. 5. 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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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통신사 포괄임금제 현황 조사

‘포괄임금제’가 국회와 정부 등에서 노동이슈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상당수 주요 신문사들이 포괄임금제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19년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두고 여러 언론사 노사가 근로시간 조정에 합의했지만 임금체계는 손대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업무 특수성과 맞물린 근로시간 산정 문제, 임금감소 같은 현실적 이유가 언급되지만 일부 언론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채 수년 째 운영되는 점을 유념할만하다.

2일 본보가 10개 신문·통신사를 취재한 결과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ㄱㄴㄷ순) 등 종합일간지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예컨대 조선일보의 경우 노사가 2019년 2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로 운영되는 재량근로제에 합의하며 전월(4주) 근로시간이 208시간을 초과하면 다음 달에 초과한 만큼 대체휴무를 부여토록 했지만 연장·야간 근로수당을 정액 형태로 일괄 지급하는 임금체계는 여전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위해 일부 수당이 신설됐을 뿐이었다. 휴일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150%, 대휴 소진 시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IT기업 노동조합 지회장, 근로자들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중앙선데이로 토요판을 대체하며 주 5일제를 꾀한 중앙일보도 포괄임금제다. 당시 사측의 재량근로 제안에 노조 총회에서 ‘합의불가’로 총의가 모였고, 이에 따라 임금보전 차원에서 부서별 3단계, 연차별 4단계로 분류해 정액을 지급하는 취재제작수당을 만들었다. 휴일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준다. 한국일보도 급여의 30%를 수당 명목으로 일괄 지급하고 있다. 휴일근로 시 대휴 1일 발생과 함께 4만원을 주며, 4개월 내 대휴 미소진 시 6만원을 제공한다. 서울신문도 포괄임금제로 운영 중이고, 휴일근무 땐 대휴 발생(근무시간 따른 식대·교통비 차등 지급) 또는 대휴 미소진 시 정액 지불 등 방침을 갖고 있다.

특히 주요 경제지들은 모두 포괄임금제 사업장이었다.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평일 연장·야간근로 시 시간외수당을 별도 지급하지 않는다. 휴일근로 시 한국경제와 서울경제는 통상임금의 150%를 주지만, 매일경제는 정액을 연차별 차등지급한다. 매일경제 노조 관계자는 “현재 우리 회사에선 휴일근로란 개념이 성립하지 않고 대신 특근비 명목으로 휴일근로 수당을 주고 있다”며 “포괄임금제에 부작용은 있다고 보지만 여타 직군, 모든 기자가 초과근로를 하진 않는 현실에서 임금제 변화가 전체에 이득이 될지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서울경제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과정에서 포괄임금제 관련 사측안을 요구했고 정부의 구체안이 나온 후 얘기하잔 답을 들은 상황”이라고 했다.

언론사는 전형적인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으로 꼽힌다. 애초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회사에서 사용자 임금계산 편의를 위해 대법원 판례로 허용된 포괄임금제는 언론계에서 공짜 노동 합법화, 언제든 노동자를 부릴 수 있는 근로환경 양산에 일조한 측면이 컸다. 2017년 본보 조사에선 모든 주요 신문사가 포괄임금제로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빈번한 외근, 소정근로시간 후 취재원과 만남 등 업무특성을 내세운 사측 논리 혹은 기자들 인식 아래 포괄임금제는 불가피하게 여겨져 왔지만 일부 언론은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당시 임금체계를 개편해 여전히 운영 중이다.

경향신문은 2018년 9월 포괄임금제 기반 연장·야간 수당을 시급제로 바꿨다. 시간외근로 시 출근시간 조정, 대휴사용을 우선하되 대휴 미소진 시 평일 연장근로엔 9000원, 밤 10시 이후 야간근로엔 50%를 가산한 1만3500원을 시급으로 수당을 준다. 비슷한 시기 연합뉴스도 포괄임금제 형식의 상시연장근로 수당을 폐지하고 일한 대로 보상받는 시급제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연합뉴스 노사는 주 40시간을 초과한 평일엔 시간당 1만2000원, 휴일엔 시급 2만1000원을 적용, 야간엔 여기 7000원씩을 더한 금액에 합의했다. 휴일 1일 근무 시 1.5배로 환산해 ‘대휴 1일’과 ‘4시간 수당’을 부여하고, 2개월 내 대휴 미소진 시 모두 돈으로 준다.

2019년 11월부터 한겨레는 아예 정확한 노동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회사 게이트, 모바일 등으로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고, 한 달 기준 법정근로시간보다 많이 일한 시간을 1.5배 해 보상휴가(소진기간 6개월)를 준다. 상반기 초과근로 보상휴가가 7월 발생해 하반기에 쉬게(의무·보상휴가 50%씩) 하고, 미소진 시간은 통상임금을 곱해 돈으로 주는 식이다. 휴일근로 시 8시간까진 통상임금의 150%, 8시간 이상 초과노동 시 200%, 밤 10시 이후엔 250% 시간급을 적용한다. 소정근로시간 이후 취재원과 만남 등도 관리자 판단으로 3시간까지 근무로 인정한다. 구성원이나 부서원의 판단, 동의에 따라 근로형태를 변경할 수 있게 하며 책지성팀, 문화팀, 논설실 등은 재량·간주근로제로 운영되고 있다.

포괄임금제 일변도 업계에서 ‘기록’과 ‘입증’이 가능한 임금제도가 도입된 사례는 그간 언론사 노동환경을 고려할 때 ‘균열’이라 할만하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 노사가 “2023년 말까지 포괄임금제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개선방안의 이행 기간은 5년을 넘지 않도록 한다”고 합의하며 흐름은 진행 중이다. 한국경제 노조 관계자는 “노동법에 따라 인정되는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은 채 직원에게 야근을 시키는 문제를 지난 노조부터 회사에 꾸준히 지적한 끝에 합의까진 됐다”면서 “노조로선 부서별 근무현황이나 업무범위 판단, 손해보전 등과 관련해 고민할 지점이 많고, 회사는 임금체계를 아예 손봐야 할 수 있어 단계적 실행을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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