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85%가 재발…BRCA 유전자 변이 여부 살펴야
난소암은 여성 암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암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환자의 70%가 3기, 4기에 발견된다. 늦게 발견되기에 암이 진행돼 수술해도 자주 재발한다. 난소암 환자의 85%가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난소암 신규 환자는 2020년 기준 2,947명(2022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7.6%로 가장 많고 40대와 60대는 각각 19.8%, 70대는 12.9% 순이다.
난소암은 50대 이후 환자가 전체의 68.6%를 차지해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폐경 후에 발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대 젊은 여성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는 추세이기에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건강검진 등으로 난소에 혹이 발견되면 부인과 전문의의 진료와 추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난소는 난자 형성과 다양한 호르몬 분비 등을 역할을 한다. 타원형 구조로 보통 길이는 3~5㎝, 무게는 7~10g이다. 다만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이상 증상이 거의 없다.
난소암은 병기가 진행되고 종양이 커지면서 복수(腹水)가 발생하는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커지는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 복통 등이 나타나도 난소암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난소암 환자 가운데 복부 비만으로 여겨 운동이나 다이어트,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만 받다가 진단이 늦어질 때가 있다. 초기 발견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할 때가 많다.
난소암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로 유명해진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발생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인 ‘린치증후군’이 있어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출산하지 않았거나 첫 출산이 35세 이상으로 늦은 출산이라면 위험성이 증가하고, 비만과 관련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반면 25세 이하 젊은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했으면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모유 수유를 했다면 난소암 발생이 30~60% 줄었다.
송희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부모가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50% 정도가 형제자매에게서 각각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가족 중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BRCA 유전자 변이 검사를 받는 것을 권고한다”며 “다만 유전적 변이에 의한 난소암 환자는 전체 15~20% 정도로 다른 요인에 의한 난소암이 더 많기에 가족력이 없더라도 방심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난소암의 초기 진단은 초음파검사를 통해 난소ㆍ난관ㆍ골반강 속 난소암 덩어리를 확인하는 과정과 함께 암이 있을 때 증가한다고 알려진 항암 표지자 검사를 이용해 진단할 수 있다.
다만 항암 표지자 검사 단독만으로는 정확도가 부족해 추가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이후 난소암이 의심되면 병기에 따라 복부 및 가슴 컴퓨터단층촬영(CT), 골반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이 필요하다.
난소암은 대부분 수술로 병기를 설정한 뒤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최종 조직 검사는 수술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난소가 복강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난소암의 수술적 치료는 자궁 양쪽 난소 난관ㆍ대망ㆍ림프절을 절제하고, 그 밖에 보이는 암종을 모두 절제하는 것이 기본 치료다.
수술 후 대부분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데, 병기가 높으면 항암 치료한 뒤 수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 여부에 따라 표적 치료제를 복용하는 요법을 유지하기도 한다. 나이가 젊고 조직 예후가 좋은 상황에서는 가임력 보존을 위해 한쪽 난소만 절제하는 방향으로 수술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발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면담한 뒤 결정해야 한다.
또 전이 등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른 장기도 함께 제거할 때도 있다. 수술 범위가 커지면 출혈 감염과 더불어 장 일부를 피부 쪽으로 연결하는 장루(腸瘻ㆍ인공 항문)를 만들기도 한다. 치료가 끝나면 장루는 대부분 제거한다.
그러나 난소암은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도 끝낸 상태에서도 재발할 때가 많다. 이때는 전신에 미세한 세포가 있어 재발했다고 보고 항암 치료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재발한 병변 위치 및 개수에 따라 먼저 수술할 때도 있다.
난소암은 치료 후에도 정기검진이 필수다. 병기 상태를 고려해 3~6개월이나 6개월~1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시행한다. 이렇게 5년 동안 꾸준히 검사하고 재발하지 없으면 보통 완치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그 이후에도 1년에 한 번은 검진하기도 한다.
송희경 교수는 “파프(PARP)억제제라고 불리는 표적 치료제가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의 유지 치료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고,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받고 있어 난소암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파프 억제제 치료 후 재발되면 현재 화학항암요법이 더 저항성이 많다는 연구도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 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난소암은 현재 연구로 증명된 효과적인 예방법은 없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30대 후반부터 1년에 한 번 질 초음파검사로 검진하고, 가족력 등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를 포함한 추가 부인암 검사를 받으면 난소암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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