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처럼…주부 등 도박꾼 모아 야산에 ‘하우스’ 개장

박준희 기자 2023. 5. 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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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도박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타짜'에는 극 초반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가 야산에 차려진 도박장, 이른바 '하우스'에서 도박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심야 시간 인적이 드문 충남 당진과 예산, 서산, 아산 등지의 야산에 천막 도박장을 설치하고 전국에서 도박꾼을 모집해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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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야산 옮겨다니며 ‘천막 도박장’ 개설
도박 참가자도 집결장소에서 면접 통해 선별
‘아내가 도박에…’ 신고와 경찰 첩보로 덜미
검거된 이들 가운데 40·50대 여성이 과반수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2일 오후 충남청 브리핑룸에서 야산에서 불법 도박을 벌인 일당에게 압수한 판돈 증거인 현금 1억 원 상당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 도박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타짜’에는 극 초반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가 야산에 차려진 도박장, 이른바 ‘하우스’에서 도박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단속 경찰이 비닐 천막으로 지어진 이 하우스를 덮치자 고니는 무기로 들고 다니던 작두로 하우스 벽을 찢고 산비탈을 따라 유유히 도주한다. 그러나 현실의 야산 하우스를 찾았던 도박꾼들은 대부분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지 못했다.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도박장 개장 및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충남 당진 지역 조직폭력배 조직원 A 씨 등 천막 도박장 운영자 6명 중 3명을 구속하고 도박 참가자 등 일당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심야 시간 인적이 드문 충남 당진과 예산, 서산, 아산 등지의 야산에 천막 도박장을 설치하고 전국에서 도박꾼을 모집해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도리짓고땡’ 도박을 한 이들의 판돈은 한 판에 적게는 200만∼5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운영자들은 판돈의 10%를 운영 수수료로 받아 챙겼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산에 10곳의 장소를 미리 정해두고 매번 다른 지점에 천막 도박장을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도박 참가자들은 중간 집결 장소인 이른바 ‘탈수장’에서 면접에 통과된 사람들로만 선별, 승합차에 태워 도박장까지 이동시켰다.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인 도박꾼 고니(조승우 분)와 고광렬(유해진 분)이 야산에 차려진 천막 도박장, 이른바 ‘하우스’에서 도박 중계 화면을 보며 돈을 걸고 있는 모습.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이들의 치밀한 하우스 운영은 도박 참가자 가족의 신고 등으로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한 도박 참가자의 남편이 “아내가 도박에 빠졌다”고 신고를 한데다, 경찰도 조직폭력배가 야산에서 도박장을 운영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경찰은 두 달여 간 도박장 개설이 예상되는 야산 주변 폐쇄회로(CC)TV 50대를 분석하는 등의 수사를 벌여 A 씨 일당의 차량과 도박장 위치를 특정했다. 경찰은 결국 지난달 25일 당진 송산면 현장을 급습해 A 씨 등을 검거했다.

“아내가 도박에 빠졌다”는 일은 신고자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사연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검거된 56명 중 절반 이상인 33명이 40~50대의 중년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거된 이들 중 42명(75%)는 도박 전과자였다. 김경환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총책의 행방과 현장에서 도망친 다른 운영자 4명을 쫓는 한편, 조직폭력배의 조직적인 도박 운영 여부와 도박 자금의 흐름 여부에 대해 보강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압수한 약 1억2000만 원 상당의 현금 중 도박장 개설과 운용을 주도한 조직원의 범죄 수익금 6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범죄 수익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몰수하는 제도)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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