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년 늦춰 연금개혁... 그리스는 무상의료 사실상 철폐
프랑스의 연금 개혁에 이어, 이탈리아도 복지에 초점을 맞춘 노동 정책 개편에 나서면서 유럽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뚜렷한 퇴조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유럽을 휩쓸었던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법을 공포했다. 야당과 노동조합, 70%에 달하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헌법상의 예외 조항(49조 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을 건너뛰는 ‘특단의 조치’까지 발동해 개혁을 밀어붙였다. 프랑스의 은퇴 제도는 62세에 일을 그만두고 바로 연금 수령이 가능해 “유럽에서 가장 후한 은퇴 제도”란 평가를 받아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프랑스의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노동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비판해 왔다.
유럽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혔던 그리스의 무상 의료와 소득 대체율 90%의 연금 제도 역시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이후 시작된 긴축 정책으로 대부분 개편된 상태다. 역설적이게도 2015년 당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급진 좌파 정당(시리자)이 포퓰리즘 복지 정책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했다. 현재 그리스는 일반 직장인이 의료 보험료를 석달만 안 내도 바로 보험 혜택이 끊기는 상황이다.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가 집권하면서 내세운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는 구호는 오늘날 유럽의 포퓰리즘 정치를 상징하는 말로 남았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시작된 스페인의 기본 소득 정책도 파행 중이다. 당초 85만 가구 230만명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최대 1015유로(약 150만원)의 최저 생계비를 주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수령 대상이나 수령액 모두 당초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부진으로 정부 세수는 전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연간 수십억유로(수조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은 EU 시장 통합 및 유로화 도입 효과로 인한 호황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라며 “경제적 여건 악화에 따라 퇴조의 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쏟아냈던 재정 확장 및 소득 보조 정책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포퓰리즘 정책의 쇠퇴로 겹쳐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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