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을 정치판에 묶지 마라

편집위원회 2023. 5. 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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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안 취지를 반증하듯 방송법은 또다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다음 본회의 표결 절차를 앞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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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로, 본회의 부의는 1987년 방송법 제정 이래 36년 만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안 취지를 반증하듯 방송법은 또다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은 부의의 건 표결에 앞서 단체로 퇴장했고, 벌써부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KBS·MBC·EBS 이사회 이사 숫자를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려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사 추천에서 정치권 영향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현재 KBS 이사회의 경우 11명의 이사를 여야가 7명과 4명씩 추천해 구성하는데 개정안은 국회 몫을 5명으로 축소한다. 대신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미디어학회(6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각 2명씩 총 6명) 등 비정치권에서 16명을 추천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만든다. 여야가 6명과 3명씩 추천했던 방송문화진흥회(MBC)와 7명과 2명씩 추천했던 EBS 이사회도 같은 구성으로 바꾼다.

여야 정치권이 선거 결과에 따라 분할 독식하는 악순환을 막고자 추진된 방송법 개정은 정권 교체기마다 떠오르는 입법 과제였다. 이사 추천권을 여당이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는 야당이 공세하면, 여당이 방어하는 지난한 공방을 이어갈 수밖에 없도록 했다.

수없이 반복된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뤄진 반목은 언론사 구성원 사이의 골을 깊게 했다. 혼란 속 공영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마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 믿을 수 있는 보도의 보루인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건 전체 언론의 위기로 이어진다.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 추진이 되풀이될수록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과 멀어진 것이다. 이번 개정안 마련을 주도한 민주당 역시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했음에도 공영방송 개선에 손을 놓으며 현 여권의 반발에 정치적 빌미를 줬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방송법 개정안 취지에 국민의힘은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며 저지에 나섰다. 앞서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다음 본회의 표결 절차를 앞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여권이 대통령 거부권을 위한 명분을 쌓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방송법은 개정안 내용과 표결 시기 등을 두고 여야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래도 합의되지 않으면 야권에서 국회의장에게 방송법 상정을 요청하게 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은 개정안을 미리 저지하려는 정치적 논란은 기시감이 든다.

법 개정만으로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온전히 독립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방송국 내부의 반성과 성찰, 쇄신하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있어야 완성된다. 하지만 현재 여당의 주장은 해묵은 지배구조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자는 몽니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국정과제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신뢰성 확보를 꼽았다. 이를 위해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방송 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권과 공영방송의 정치적 연결고리를 먼저 끊어내는 쪽은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여권은 이를 인지하고 법안 개정을 막힘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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