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입니다, 한정식이 아니라

김희란 충북일보 미디어전략팀 기자 2023. 5. 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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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인 것이 분명한 남녀가 식탁에 마주 앉아 부산스럽다.

연신 게장 몸통을 비틀어 짜며 마지막 한 입까지 딸 밥그릇에 올리는 아빠가 과하다고 생각될 즈음 이유를 찾았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너무 맛있다고 어깨춤을 추는 딸의 반응을 보니 내 그릇에 있는 게장마저 발라주고 싶은 심정이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1979년부터 영업 중인 전통꽃게장은 오랜 전통만큼이나 많은 단골을 보유한 게장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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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슐랭 가이드] 청주시 전통꽃게장

아빠와 딸인 것이 분명한 남녀가 식탁에 마주 앉아 부산스럽다. “좀 먹으면서 해줘”, “괜찮아 우리 딸 많이 먹어”. 연신 게장 몸통을 비틀어 짜며 마지막 한 입까지 딸 밥그릇에 올리는 아빠가 과하다고 생각될 즈음 이유를 찾았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너무 맛있다고 어깨춤을 추는 딸의 반응을 보니 내 그릇에 있는 게장마저 발라주고 싶은 심정이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1979년부터 영업 중인 전통꽃게장은 오랜 전통만큼이나 많은 단골을 보유한 게장 집이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물론 꽃게탕, 꽃게찜 등 꽃게 요리가 모두 대표 메뉴다.

갈 때마다 먹는 메뉴는 간장게장이다. 동그란 접시에서 찰랑찰랑한 간장 양념 위에 몸통을 뒤집어 깐 큼직한 꽃게가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며 나란히 누웠다. 주인공을 둘러싸듯 주변으로 놓인 반찬만도 15가지다. 손님 대부분이 모든 그릇을 비우는 것은 구색만 갖춘 것이 아니라 ‘진짜 먹을 것만’ 준다는 얘기다.

두툼한 계란말이나 짭조름한 달걀 장조림,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도토리묵 한 조각은 물론 주인장의 전라도 손맛이 가득 밴 갓김치, 배추김치 등 모든 반찬이 게장을 먹다가 남기기엔 아쉬운 밥도둑이다. 통통한 게장을 한입 베어 물면 짜지 않고 감칠맛 도는 간장소스가 밴 속살이 입안에서 녹는다. 전통꽃게장에서는 얇은 다리 한 조각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다. 곳곳에서 장갑을 끼고 체면치레 따위 없이 껍질을 흡입하는 소리가 퍼진다. 매콤 달곰한 맛의 양념게장도 전통꽃게장의 명성에 어울린다.

게장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꽃게탕은 직접 담근 된장의 구수하고 깊은 맛이 그대로 우러난다. 시원한 꽃게의 맛이 순두부와 팽이버섯 등과 어울려 깔끔한 마무리를 책임진다.

점심 특선으로 준비되는 돌게장의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반찬과 국물까지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한정식 버금가는 반찬 선택지에 게장이 나오기도 전에 공깃밥이 사라지기 일쑤다. 접시에 남은 간장 양념이 아까워 발길을 쉽사리 떼지 못하는 이들의 미련 가득한 시선이 전통꽃게장의 후기 그 자체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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