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재승인 최고점 TV조선, 심사위원 4명은 불합격 점수
[단독] 700점 이상 점수 준 심사위원 12명 중 '6명'… 2020년엔 '0명'
중점 심사항목 '공적 책임' 최고점과 최저점 2배 가까운 차이
'방송발전계획이행/법령준수' 항목은 3배 이상 점수 차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심사위원 12명 중 4명이 불합격(기준점 650점)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서 70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은 없었지만, 2023년 심사 때는 심사위원의 절반인 '6명'에 달했다. 주관적 심사가 가능한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 심사위원별 격차가 크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로부터 제출받은 종편 재승인 심사자료를 미디어오늘이 입수해 분석한 결과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항목 가운데 '공적책임 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이하 공적책임)과 '방송발전계획이행/법령준수' 등 항목에서 심사위원별 격차가 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21일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 689.42점으로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이래 TV조선은 총 4번(2014년 684점, 2017년 625점, 2020년 653점)의 재승인 심사를 받았는데, 2023년 심사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는 심사위원 12명이 총점 1050점 기준으로 채점한 다음 1000점으로 환산해 평균값을 내는 방식이다. 평가 결과 1000점 만점 기준 650점 미만이거나, 중점 심사항목인 '공적 책임'에서 절반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취소가 가능하다.
전체 점수를 심사위원별로 보면 5년 재승인이 가능한 높은 점수인 700점 이상의 점수를 준 심사위원은 12명 중 절반인 6명에 달했다. 반면 재승인 거부가 가능한 탈락 점수인 650점 미만 점수를 준 심사위원은 4명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 12명 중 10명의 평가가 극단으로 갈린 것. 전체 심사 점수 중 최고점은 773.51점인 반면 최저점은 614.94점으로 150점 이상의 차이가 났다.
정성평가 중심의 세부 항목을 보면 격차는 더욱 컸다. TV조선은 '공적 책임'(210점 만점) 부문에서 총 123.40점을 받았다. 심사위원 개별 점수를 확인한 결과 '공적 책임' 부문 최고점은 154.5점, 최저점은 84점으로 2배 가까운 격차(70.5점)가 났다. 점수대별로 나눠보면 80점대 1명(84점), 90점대 1명(96.5점), 100점대 2명(각각 105점), 110점대 2명(114점, 118점), 120점대 1명(126명), 130점대 1명(137명), 140점대 3명(142점, 145점, 148점), 150점대 1명(154.5점)으로 나타났다.
2020년 TV조선은 재승인 심사 '공적 책임' 부문에서 기준점인 105점을 넘기지 못하고 104.15점을 받았다. 그 결과 총점 650점을 넘겼지만,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 12명의 개별 점수 역시 최고점 134점, 최저점 56점으로 두 점수 사이 격차(78점)가 컸다.
2023년 TV조선은 '방송발전계획이행/법령준수'(100점 만점) 부문에서 총 57.77점을 받았는데, 최고점은 72.67점, 최저점은 22.67점으로 격차가 3배 이상(50점)으로 더 컸다. 점수대별로 나눠보면 20점대 1명(22.67점), 30점대 1명(37.67점), 40점대 1명(47.67점), 50점대 4명(51.67점, 55.67점, 각각 58.67점), 60점대 3명(각각 66.67점, 67.67점), 70점대 2명(각각 72.67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성평가 중심인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심사위원에 따른 점수 격차가 큰 상황은 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2014년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당시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별 채점 결과를 비교하며 “극과 극의 평가는 심사의 기준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게 한다”며 “어떤 인물들이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20년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결정 이후엔 TV조선 기자협회에서 과도한 정성평가를 통해 악의적인 심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사 역시 심사위원 간 격차가 작지 않아 정성평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 TV조선이 2020년 대비 큰 변화가 없음에도 700점대 이상 점수를 준 심사위원이 절반에 달한 점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수사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TV조선 재승인 심사 이후 재허가·재승인을 받은 방송사들이 전보다 점수가 크게 올랐다. 지난달 퇴임한 김창룡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점수가 상향된 것이 아닌가”라며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점수가 크게 오른 방송사들도 있었다”고 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정성평가가 많으면 재량권이 부여된다는 의미다. 심사위원에게 권한이 많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되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심영섭 교수는 “(현재 심사는) 재승인 기간 동안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은 반영이 많이 안 된다. 정성평가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4년 방통위의 '방송사업자 재허가 재승인 제도개선 방안' 연구 결과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등의 개념은 다른 심사항목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대단히 추상적인 성격의 항목으로 다른 심사항목들과의 계위가 맞지 않으며 지역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성 및 타당성이나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등은 그 의미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의 공적책임을 강화하고 심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재승인재허가 제도의 정성적 심사 기준 등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장, 방송 3인, 법률 2인, 경영·회계 3인, 기술 1인, 시청자·소비자 3인 등 총 13인으로 꾸려졌다. 이민규 중앙대 교수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심사위원은 김용희 동국대 연구교수, 홍문기 한세대 교수, 홍종윤 서울대 BK교수, 손형섭 경성대 교수, 이강혁 변호사, 노경호 대림대 교수, 민동원 단국대 교수, 심재용 회계사, 허남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강혜란 여성민우회 대표, 유성식 수원대 특임교수, 한상규 서울YMCA 시민사회운동본부장 등 12인이다.
[관련 기사 : TV조선 재승인 의결 점수표 뜯어봤더니]
[관련 기사 : 역대 최고점 TV조선 '3년 조건부' 없이 재승인 의결]
[관련 기사 : TV조선 역대 최고치 재승인 합격 점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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