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 변화무쌍한 ‘요술 주머니’…챔프전 전술대결 ‘주거니 받거니’
문성곤에 김선형 봉쇄 맡겨 반격
SK, ‘3-2 드롭존’으로 승부 원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의 2022~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은 양팀 감독들의 전술 대결로도 주목받고 있다. 상대의 전술에 당하면 다음 경기에서 또 다른 전술을 들고나와 받아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1차전에서는 전희철 SK 감독의 선택이 흥미를 끌었다. 전 감독은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한층 높아진 두 에이스 김선형과 자밀 워니의 공격 비중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몰빵 농구’의 선언이었다. 이들은 전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듯 신들린 듯한 플로터 성공률을 과시하며 SK에 귀중한 1차전 승리를 안겼다.
그러자 2차전에서 김상식 KGC 감독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김 감독은 팀내 최고의 수비수이자 ‘에이스 스토퍼’인 문성곤을 김선형에게 붙이는 강수를 뒀다. 신장과 힘에서 월등히 우위에 있는 문성곤이 김선형의 돌파 동선을 원천 차단하는 찰거머리 수비로 괴롭혔다. 김선형이 쉽게 활로를 찾지 못하고 동시에 김선형과 워니의 2 대 2 게임까지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면서 2~3차전은 KGC의 승리로 돌아갔다.
3차전이 끝난 후 “짜낼 게 없다”고 하소연했던 전 감독은 1일 열린 4차전에서 한동안 봉인했던 ‘3-2 드롭존’ 수비를 다시 꺼내들었다. 문경은 전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2010년대 SK에 영광을 안겨다준 3-2 드롭존은 기존 3-2 지역방어에서 약간 변화를 준 것으로, 앞 선 중앙에 있는 선수가 많은 활동량으로 내·외곽을 오가는 전술이다. 과거 애런 헤인즈가 활약했고, 현재 멤버에서는 안영준과 최준용이 나서며 재미를 본 전술이다. 그러나 현재 안영준은 군에 입대했고 최준용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 감독은 베테랑 허일영에게 이 자리를 맡겨 3-2 드롭존으로 KGC와 맞섰다. 지역방어의 일환인 만큼 3-2 드롭존은 빠른 패스를 이용한 상대 외곽슛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KGC는 이날 3점슛 14개를 터뜨리며 SK를 압박했다. 하지만 SK는 물러서지 않았다. 상대 슛이 실패하면 앞 선의 3명이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 쉽게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SK가 한동안 쓰지 않던 드롭존 수비로 나서자 KGC 선수들은 당황하면서 흐름을 잃고 결국 패했다.
2승2패로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3일 열릴 5차전은 우승으로 가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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