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가 기회로?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 매출 급증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해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중국 시장에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떠난 빈자리를 현지 업체들이 차지하며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세척·전기도금·패키징 장비를 생산하는 ACM리서치 상하이의 지난해 매출이 29억위안(약 5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도 6억8900만위안(약 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54% 급증했다.
또 실리콘 웨이퍼 업체인 후구이산업은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구세대 공정을 사용하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36억위안(약 6950억원)으로 46%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18나노 이하 공정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장비의 최대 70%를 자국 내에서 조달하는 암묵적인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자급률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SCMP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파괴적이지만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는 외국 기업의 빈자리를 메울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아직 외국 기술과 소재에 의존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의 스라반 쿤도잘라 분석가는 평가했다. ASML을 비롯해 미국 KLA, 일본의 니콘과 캐논 등이 만드는 특정 첨단 반도체 장비는 중국에 대체제가 없어 중국 반도체 제조 공급망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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