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떼고픈 ‘쓴맛’이란 꼬리표
방울토마토 복통·구토 증세 논란에
농가들 ‘TY올스타’ 품종 전량 폐기
타 품종 소비까지 덩달아 줄어 울상
가격도 1년 전의 70% 수준으로 ‘뚝’
농가·정부 “안심하고 구입하시길”
‘안심하고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2일 서울 관악구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 과일코너에는 이 같은 문구로 시작하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복통 유발 방울토마토’ 품종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매장에서는 방울토마토 600g짜리 2팩을 9900원에 팔았다. 인근 청과물가게는 750g짜리 1팩을 3000원에 판다고 내걸었다. 가게 사장은 “가격이 떨어져 싸게 내놨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는 권장소비자가 1만1980원인 대추방울토마토 2㎏들이 한 상자가 7900원까지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예전만큼 많지 않았다. 머뭇거리다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집어든 A씨는 “복통 유발 방울토마토 문제가 나온 이후로는 불안한 마음에 안 샀는데 이제 괜찮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불거진 쓴맛 방울토마토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한번 움츠러든 소비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숨이 깊어진 농가와 정부, 유통업계는 “마음 놓고 방울토마토를 구입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특’ 등급의 대추방울토마토 3㎏들이 한 상자 평균 가격은 1만3533원이었다. 1년 전의 70% 수준이다. 논란이 번지기 직전인 지난 3월 초중순만 해도 2만5000원을 웃돌았다. 당시에는 유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 증가분이 반영돼 평년보다 가격이 더 높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상’ 등급의 대추방울토마토 1㎏ 소매가격은 지난달 28일 기준 6972원으로 1개월 전(1만313원)보다 3000원가량 낮아졌다. 평년(7267원)보다도 싸다.
‘쓴맛 방울토마토’ 소동의 시작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치원 등에서 급식으로 방울토마토를 먹은 어린이들이 구토나 복통 증세를 보였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TY올스타’ 품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인과관계가 있는 재배 농가에 출하 제한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토마틴 성분과 유사한 성분인 리코페로사이드C가 높게 나타난 게 문제였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또 정부가 문제 품종의 생산 판매 신고를 취소키로 해서 더 이상 시장에 깔릴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다른 품종의 방울토마토를 찾는 발길도 덩달아 끊겼다. 충남 부여에서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유재석씨(59)는 “학교가 개학하고 급식에 (방울토마토가) 들어가면서 시세가 괜찮을 때 수익이 나야 하는데, 그 시점에서 문제가 터졌다”면서 “지난겨울 가뜩이나 오른 난방비를 거둬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여기서 시세가 더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특정 품종 문제였다’고 빨리 인식이 전환돼 방울토마토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이 발빠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20일 충남도 과채연구소가 해당 품종에서 쓴맛이 난다고 보고한 점을 들어 “바로 대처했더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울토마토 농가가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출하량이 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격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농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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