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초대형 은행 덩치 더 키워줬다”
시장 과다 지배 규제 약속한
바이든 정부 기조 역행 지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JP모건체이스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를 성사시키면서 금융위기가 확산될 수 있는 위험한 불씨는 껐다. 하지만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막겠다던 정부 기조와 달리 초대형 은행 JP모건의 몸집을 더 불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부실하게 관리된 은행 하나가 훨씬 더 큰 은행에 매각됐다. 궁극적으로 납세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한 후 JP모건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퍼스트리퍼블릭 지점 84곳은 이날부터 JP모건은행 지점이 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또다시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고 백악관도 주주들만 피해를 볼 뿐 납세자들의 희생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런 의원은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가 대형 금융기관의 과도한 지배력 집중에 또 다른 사례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전문 뉴스 블로그 ‘월스트리트온퍼레이드’는 “JP모건체이스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파산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게 됐다”면서 “이는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막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행정명령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7월 대기업의 과도한 시장독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72개 조치를 담은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미국 최대이자 가장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은행이 연방정부가 주선한 거래에 의해 더욱 덩치를 키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매각 입찰에는 JP모건 이외에 PNC파이낸셜그룹,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 등이 참여해 밤샘 협상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지배력 강화를 우려한 행정부 관리들이 더 많은 은행들의 입찰 참여를 독려하는 등 다른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JP모건의 제안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금융부문 위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JP모건의 지배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능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FDIC는 향후 5~7년 동안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상업용 대출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80%를 보전하기로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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