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방향 수정할 건 수정할 생각” 출입기자단 간담회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벌써 (취임) 1년이 됐다”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 더 속도를 내고,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미군 기지 반환 부지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 언론 공개 행사 후 마련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은 “정권 교체라는 것이 뭐 있겠나. (결국)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서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어떻게 바뀌었느냐, 얼마만큼 더 활기차고 따뜻해지고, 더 미래 세대에 꿈을 줄 수 있고, 더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안보와 사회 안전이 얼마만큼 더 확보됐는지를 되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변화를 위한 국정 동력은 강화하되 그 방향은 여론 등을 감안해 수정·보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과 관련 “정말 운 좋게 국회 다수당을 갖고 있어서 (정부가 계획한) 플랜을 100% 달성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나라가 된다고 안 본다”면서 “꾸준히 우리 사회의 변화, 더 잘 살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실패를 할 수도 있고 무슨 트라이(시도)를 하는데 기득권의 저항이나 반대 때문에 못 할 수도 있지만 시도를 하고 노력하는 자체가 사회를 바꾼다고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이 용산 청사 앞 ‘용산어린이공원’ 언론 공개 행사 후 마련한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 예고 없이 참석해 70분 동안 취임 1년을 맞는 소회와 국빈 방미 뒷이야기, 앞으로의 국정 운영 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1년 동안 재임하면서 느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이라고 했다. 소수당 정권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부딪히는 야당의 반대 등에 대한 답답함과 함께 집권 2년 차에는 국민,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간담회에선 지난주 국빈 방미가 먼저 화제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마련한 백악관 만찬에서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러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노래하는 걸 원한다고 말하는데, 전날 친교 행사나 만찬을 굉장히 정성스럽게 준비해 안 한다고 할 수 없어 한 소절 불렀다”며 “만약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는데 (막상) 부르니까 가사가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노래나 미 의회 영어 연설로 스타덤이 생긴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스포츠나 문화예술계 스타 같은 자세를 갖고 있으면 대통령직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도 시작할 때는 대통령이라는 스타성 있는 일이 어색했는데 1년이 지나면서 좀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나는 평생 살면서 헤어드라이어 한 번 안 써보고 얼굴에 로션도 안 발라본 사람”이라며 “정치 처음 시작할 때 방송국 가니까 분장실로 데려가서 (분장을) 막 하는데 ‘정치 괜히 시작했구나’ 생각했다”면서 웃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중국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 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면서 상호 존중하면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중국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안 주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든 상품이든 중국에 수출 통제하는 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중국이)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하고 핵을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북한의)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같은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면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제재에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투자 유치를 끌어낸 것과 관련 “2019년에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았을 때 그때는 (왜 상을 받게 된 건지) 이해를 못 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미국에 가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회장하고 얘기하면서 깨달았다. 기생충을 보면 못사는 사람, 잘사는 사람이 다 있고 비가 오면 집안으로 물이 들어와 1970~80년대 신림동 친구 집에 가서 물 퍼다 나르던 (생각이 나는데) 한국의 스토리가 폭이 넓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숫자가 많은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설득과 관련해 “확증 편향, (다시 말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회에선 국민 설득이 쉽지 않다”면서 “나는 국민에게 모든 실상을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민주주의란 게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들 우리 정부가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성과를 보여주자고 하는데, 그보다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보여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부처 업무를 챙기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정부 출범 전과 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 종이에 연필로 써보라”며 “밖에서 듣기 거북한 훈수도 들어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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