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셀프 출석 막힌 송영길 “인생털이 수사” 25분 입장문

강연주·이혜리 기자 2023. 5. 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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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돈봉투 의혹’ 송 전 대표, 검찰 거부로 발길 돌려
압수수색엔 “정치 탄압” 주장…검 “영장 적법, 비난 부적절”
중앙지검 앞 취재진·지지자·반대자 뒤엉켜 출구 막히기도
목 타는…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했다가 검찰의 조사 거부로 청사를 나온 뒤 입장을 밝히기 전에 물을 마시고 있다. 이준헌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2일 자진 출석했지만 검찰의 거부로 조사를 받지 못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을 향해 “주변 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시기 바란다”며 “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비겁한 협박·별건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입구는 수십명에 달하는 취재진과 유튜버, 송 전 대표 지지자·반대자들로 북적였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57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건물에 도착해 조사실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송 전 대표를 로비에서 곧장 돌려보냈다. 검찰 민원실 직원은 송 전 대표에게 “출입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영철 반부패수사2부장과 통화라도 하고 싶다’는 송 전 대표 요청에 민원실 직원이 담당 검사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조사가 무산된 뒤로도 약 10분간 청사 안에 머물렀다. 송 전 대표 지지자·반대자들과 유튜버, 취재진이 뒤엉켜 출구가 막힌 탓이다.

지지자들은 “송영길 힘내라”고 했고, 반대자들은 “정치쇼 하지 마라” “송영길은 사과하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약 25분간 A4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검찰의 소환 요구가 없어 자진 출두했다”며 “인생털이 수사” “정치적 기획수사” “인격살인 수사”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참고인이나 주변 인물의 신상정보가 아무런 통제 없이 언론에 유출되고 수사상 획득한 정보가 바로바로 언론에 실시간 보도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정근 개인비리 사건에서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 별건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먹사연(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압수수색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행위”라며 “검찰이 회계장부를 압수수색해 갔으니 분석해보면 나오겠지만, 저는 한 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특수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하는 짜맞추기 수사로 유명하다”며 “공안1부가 맡았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처럼, 사건을 공안부로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진행하는 등 적법하게 되고 있다”며 “압수물 분석, 관계자들 조사 등 선행돼야 할 수사가 많은 상황에 (금품수수 논란의)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고 공표한 바 있는 송 전 대표를 현시점에 조사하는 것은 진실 규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경선캠프가 현역 의원에게 6000만원을,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3400만원을 살포했으며 송 전 대표도 이에 가담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송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 송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한 9명을 입건한 상태다.

강연주·이혜리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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