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착하고 성실했는데…사실상 타살”
수사 과정 되짚으며 ‘침통’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A씨(50)가 숨진 2일 오후 3시30분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 길가에는 건설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 10여명이 망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강원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로 급하게 올라온 이들이 대다수였다. A씨 시신 인계를 기다리던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숨 섞인 대화를 하다가도 한동안 침묵했다.
노동절인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A씨는 이날 오후 1시9분쯤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다.
병원 앞에서 기자와 만난 강원건설기계지부 간부 B씨는 2019년부터 노조 활동을 해온 A씨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작년부터 간부를 맡아 성실히 일했는데, 그 활동들을 ‘협박’ ‘공갈’이라며 범죄로 치부하는 수사 과정을 힘들어했던 듯하다”며 “검찰이 제기했던 혐의들을 유가족들도 억울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노조원은 “사실상 (사회적) 타살 아니냐”고 옆의 노조원에게 푸념처럼 말했다.
A씨는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영원히 동지들 옆에 있겠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형식의 편지를 남겼다.
A씨 등 건설노조 강원지부 전·현직 간부 3명은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A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오전 9시30분에 변호사를 만나기로 했으나 약속장소에 가지 않고 법원 앞에서 분신했다. B씨는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법원이 나머지 2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고, 어제 늦게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A씨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강원 속초에 빈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오후 4시57분 고인을 태운 앰뷸런스는 속초의 한 병원으로 떠났다. 남아 있던 노조원들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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