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당했는데 ‘자진 퇴사’라니…실업급여도 막막 [5인미만 차별③]
[앵커]
직원이 채 다섯 명 안 되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를 따져봤습니다.
전체 회사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수준입니다.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KBS는 오늘(2일)도 소규모 일터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는 반드시 그 이유를 서면으로 알리라고 근로기준법에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5인 미만 사업장에선 말 한마디로 해고 당하고, 실업 급여를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30대 여성은 직원이 4명인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 갑자기 해고 당했습니다.
사장의 구두 통보가 전부였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 "너 같은 애랑 일을 못 하겠다, '일 없다, 없다' 하니까 우리 중에 누군가 한 명 또 이유 없이 잘리겠구나 생각은 했어요."]
생활비가 급해 실업 급여를 신청했는데, 퇴직 사유가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로 신고돼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 "실업급여도 못 받게 하고 막 그렇게 나쁘게 하니까 어떻게 살아야 될지 약간 진짜 막막하고..."]
뒤늦게 권고사직 당한 걸 증명하려고 서류를 보냈지만 회사는 협조해주지 않았습니다.
[노동자-사장 간 통화 : "저랑 같이 일 못 하시겠다고 일 구할 때까지 일하라고 했던 것 아니셨어요? (전화 끊어 빨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구두로 해고해도 따질 수 없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 "'너 수습이지? 그러니까 그냥 짐 싸서 나가' 이런 식으로 해고를 당한 거예요. 얘는 자진 퇴사한 거라고 입을 맞춰 가지고 아예 실업급여도 못 받은 상황이거든요."]
근로기준법을 피하려고 하나의 사업장을 일부러 5인 미만으로 쪼개기도 합니다.
노동위원회 판정 사례를 보니, 한 학원의 사업주가 사업자등록을 따로 내 별개 사업장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두 학원의 주소지와 명칭은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고 직전에 근로자 수를 줄이기도 합니다.
[신하나/변호사 : "근로자 수 산정에 대해서는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한 달을 기산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한 달의 기간 동안만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면 되는 것으로 그렇게 악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동위에 제기된 부당해고 사건 중에 '5인 미만' 여부가 쟁점이 된 건 최근 1년여 간 120건이 넘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 이경구/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서수민 김은영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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