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핵 공유가 아니라니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상회담을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강국과 70년 동맹을 맺어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국가 관계에 있어 고마운 것이 있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미 안보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됐다”며 “미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계획, 공동 실행 과정에서 워싱턴 선언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후 대통령실이 최대 성과로 꼽는 것은 안보 분야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 확장억제 조처를 담은 ‘워싱턴 선언’과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한미핵협의그룹(NCG)’ 신설에 합의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차관보급 한미핵협의그룹의 신설 ▷실제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대한민국의 핵확산금지조약, 한미원자력협정 준수 의지 재천명·명문화입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에 한국형 확장억제의 실행계획을 담아냄으로써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말만 있고 실제적인 것은 없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미국에게 현찰 주고 어음만 받아왔다고 혹평하는 이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일부는 이번 선언으로 자체 핵개발의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일본 수준의 핵 개발 약속을 받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온갖 욕을 얻어먹으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대만 문제 발언 등으로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정도로 미국의 요구를 잘 들어주었는데 우리는 얻은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빈으로 환대만 잘 받고 돌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상 한미 간의 핵공유”라고 평가한 김태효 1차장의 발언에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은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이를 부정했습니다. 핵무기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입니다. “이건 뭐지”라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그럼 우리가 이번에 얻어낸 것은 무엇입니까. 장관급보다 두 단계나 아래인 차관보급 한미핵협의그룹을 신설한 것이,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정기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북한의 오판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북한은 일단 워싱턴 선언에 반발했습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며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빈껍데기 선언’을 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감지덕지한다며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지를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한다면 북한의 자위권 행사도 정비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워싱턴 선언에 내린 평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안보 분야의 성과가 미흡하다면 양국의 경제 현안인 한국의 반도체·자동차·원전에서라도 성과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국은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선언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원천기술을 두고 소송 중인 웨스팅하우스의 패트릭 프래그먼 최고경영자(CEO)가 폴란드 현지 언론에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한국 원전이 폴란드에 지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뭔가 답답합니다. 속 시원한 게 없어요. “원래 외교가 그래”라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혹시 윤 대통령이 미국에 발목 잡힌 게 있을까요. 문제의 그 발언(바이든 날리면 논쟁) 때문이라면. 설마 아니겠죠.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아니면 국빈 대접이라는 환대에 집중한 탓일까요. 제발 후폭풍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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