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섬 굴곡진 역사 응시… 기억 보존하는 게 희망”
독립국가였다 메이지시대 日에 병합
2차대전 격전지·30년 美 점령 장소
도서자료관 직원의 섬 기록 DB작업
“역사 아카이브화 … SF적이라 생각”
직장생활 중 SF소설로 늦깎이 등단
‘슈리의 말’로 2020년 아쿠타가와상
“차기작 대도시 도쿄 이야기 구상 중”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를 비롯해 일본 프로야구팀의 훈련 캠프나 연습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자주 찾았다. 고교 시절 야구를 좋아한 이래 요코하마를 연고로 하는 DeNA 베이스타스의 광팬이었다. 오키나와는 일본 프로팀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팀 삼성 라이온즈 등도 비시즌 훈련 캠프를 활발하게 여는 곳이다.
더구나 한창 소설을 쓰는 도중, 오키나와 나하시에 위치한 슈리성에 화재가 발생했다. 작품을 계속 써나가는 것에 용기가 필요했다. 마침 슈리성을 복원하는 데 관광객들의 사진이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을 때, 확실히 이 이야기가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큐 경마에서 ‘최후 결전’ 및 기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오키나와의 현재와 굴곡진 역사를 응시한 다카야마 하네코의 ‘슈리의 말’(손지연 옮김, 소명출판·사진)은 이렇게 태어났다. 2020년 3월 잡지 ‘신초’에 처음 발표됐고, 같은 해 7월 제163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주인공 미나코는 중학교 때부터 오키나와 역사와 문화가 담긴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서 자료 정리 자원봉사를 해왔다. 그녀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료를 촬영하고 화상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 이와 함께 나하 시내의 스튜디오 사무실에 나가서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퀴즈를 출제하는 오퍼레이터 일도 한다.
SF작가 출신의 다카야마 하네코는 왜 역사적 시선이 교차하는 오키나와를 무대로 한 소설을 써야만 했을까. 그녀가 바라본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다카야마 작가를 최근 이메일로 만났다.
―소설에서 어떤 장소에 대한 기록과 보존을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카이브를 보존한다는 것은 희망이다, 라고 하는 것과, 지식이 집적하는 장소(그곳이 아무리 벽지였다고 하더라도)에 의식이 머물고 있다, 라고 하는 이야기는, SF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극지의 해저나 우주, 전장이라고 하는 것은, 구글 어스나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장소이죠. 그런 곳에 오키나와라는 좌표에 있는 모든 역사 데이터가 카피되고 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 미나코를 비롯해 자료관을 운영해온 요리, 미나코의 퀴즈 고객인 반다와 폴라, 기바노 등 모두 매력적인 인물인데, 혹시 롤 모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등장인물의 윤곽을 자세히 쓰는 편이 아닙니다. 특히 외형은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이력을 이야기 속에 지나치게 많이 적지 않은 채 인생을 말하게 하는 것에 주의했어요.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읽혔다면, 매우 고마운 일이겠지요.”
―왜 하필 미야코산 말이 미나코 앞에 나타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오키나와 미야코산 말은 크지 않습니다. 서러브레드(Thoroughbred)종에서 보면 매우 작지요. 물론 실제로 보면 놀라울 정도로 크지만요. 그다지 크지 않을 미나코에게, 자신이 직접 맞아 얻는 가족으로서는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은 뜻밖의 형태로 뛰어들지만, 두 번째는 강탈합니다. 나는 이 두 장면을 아주 좋아하죠.”
―소설에는 1879년 ‘류큐 처분’, 1945년 최후 결전과 옥쇄, 1972년 일본 복귀의 굴곡진 오키나와 역사가 담겨 있는데요.
“지금은 리조트 관광지이지만, 슬픈 기억을 가진 장소는 세계에 몇 곳이 있습니다. 사이판과 인도네시아, 제주 등도 그렇지요. 이것들은 과거의 장소가 아니라, 지금의 섬과 연결된 것이죠.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만약 잊거나 본인이 늙고 망각하더라도 그것을 남길 수 있습니다.”
‘취업 빙하기’ 세대였던 직장인 다카야마 하네코는 30대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나인 투 파이브’(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몇 해 동안 투잡, 스리잡을 뛰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지도 만들기, 편집 프로덕션, 회화 교실 강사, 이벤트 행사 진행 등등. 새벽부터 늦은 밤은 물론 주말까지 체력이 버틸 때까지 일했다. 미술관이나 전람회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시에 퇴근하게 되면서 연극을 볼 수 있었고, 일요일에는 미술관에 갈 수 있었다. 여러 취미 활동을 생각하다가 선택한 것은 문예창작 교실이었다. 본래 문학소녀는 아니었다. 중학교 때에는 취주악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고, 중·고교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면서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마(多摩)미술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배웠던 그녀였다.
그녀는 사회인 대상 문예창작 교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에 2회 페이스로 진행된 창작 교실에서 작품을 쓰고 동료들과 자유롭게 토론했다. 어느 날 창작 교실에서 함께 소설 쓰기를 하던 동료가 새로 생긴 소겐(創元)SF단편상을 소개한 뒤 그녀에게 응모해보라고 권했다. 작품을 써서 응모했다. 소설가 다카야마 하네코의 원점이었다.
1975년 일본 도야마(富山)현에서 태어난 다카야마는 2009년 ‘유부가 들어간 우동(うどん キツネつきの)’으로 제1회 소겐SF단편상 가작을 수상, 작품이 앤솔러지 ‘원색의 상상력(原色の想像力)’에 수록되면서 데뷔했다.
그녀는 이후 ‘태양이 뜨는 섬(太陽の側の島)’, ‘객관(オブジェクタム)’, ‘있었던 장소(居た場所)’, ‘여러분(如何樣)’, ‘슈리의 말’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등을 수상했다.
―구상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감염증이나 개인이라는 것, 청결하다는 것, 사회적 문제, 한동안 도쿄를 나갈 수 없어서(국내 지방에 가는 것도 이뤄지지 않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도쿄라고 하는 도시의 특수성에 마주 보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올림픽도 있었고, 거리 풍경도 바뀐 곳이 많고요. 세계의 어느 대도시나 그렇겠지만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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