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돕고 환경 살리는 獨 대중교통 무제한 티켓 열풍… 우리나라도? [이슈+]
구매자 몰려 고객센터에 수백명 줄서…독일 철도 서버 다운
1700만명 구매 전망…獨, 2025년까지 연간 15억유로 출연
최근 우리나라도 정의당 ‘3만원 프리패스 법안’ 등 논의 시작
1일(현지시간) 독일 교통회사연합(VDV)에 따르면 도이칠란트 티켓을 구매해 사용을 시작한 이들은 이미 3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지자체별 월 정기권을 사용하지 않던 신규고객은 75만명가량이다. VDV는 기존 지자체별 월 정기권을 사용한 1130만명이 도이칠란트 티켓으로 갈아타고, 560만명의 신규고객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칠란트 티켓 사용이 개시된 이날 티켓 구매자가 몰리면서 독일 철도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독일 철도는 “현재 너무 많은 이용객이 동시에 티켓 구매 시스템으로 접속하고 있다”면서 “추후 다시 시도해달라”고 공지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교통공사 고객센터에는 온라인 구매 기한인 전달 20일까지 티켓을 사지 못한 고객들의 줄이 수백명씩 늘어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오늘부터 도이칠란트 티켓으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많은 관심에 감사한다. 이는 근거리 교통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쉽고 비싸지 않은 제안으로, 우리의 기후 목표 달성을 돕는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근거리 대중교통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간 15억유로(2조2120억원)를 출연하기로 했다. 이를 넘어서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 올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반반씩 비용을 대기로 했다.
이 티켓은 앞서 지난해 6∼8월 5200만장이 팔리는 유례없는 성과를 낸 9유로(1만3000원) 티켓 후속 모델이다. 독일의 9유로 티켓 시범운영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당시 독일 정부는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 대응,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시민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팔린 티켓 수는 5200만장, 독일 인구가 약 8300만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10명 중 6명은 티켓을 구입한 셈이다. 독일 정부는 당시 25억유로(약 3조5500억원)의 예산을 썼다. 하지만 독일 VDV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티켓 덕분에 대중교통 이용자가 25%가량 급증하고, 도심 교통 체증은 줄었다. 물가상승률은 0.7%, 대기오염은 6% 감소했다. 게다가 독일 국내 여행을 하는 내·외국인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 지출대비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입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중교통 무제한 티켓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시대에 민생 위기가 계속되자,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서민들 대중교통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지난달 24일 월 3만원에 권역 내 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3만원 프리패스’ 도입을 위한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정의당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도입 운동본부’ 공동 본부장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중교통법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월 3만원의 ‘반값 정기권’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할인 정액권 사업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재정 지원 의무를 국가와 지자체에 부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의 경우 연 4조632억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2021년 기준 약 21조원인 교통시설특별회계를 공공교통특별회계로 전환해 마련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가계지출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4%로 대중교통은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국민 기본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참여연대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월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예고를 비판하며 “재정을 들여서라도 서민을 위해 요금을 내리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복원하고 더 늘려서 환경오염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교통시설 특별회계 세출 예산’을 교통 관련 재정으로 사용한다”며 “이 중 불용(不用)처리되어 2017~2021년 동안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된 돈만 무려 20조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결단만 있으면 유류세에 부과되는 재원으로 조달된 교통시설 특별회계 예산을 대중교통 요금할인과 운영지원을 위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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