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北 담배 수입 제재 이유?…“한해 21억개비”, 쌀·밀 수입액보다 클 정도로 의존

박준희 기자 2023. 5. 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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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중국 세관 당국 ‘대북 수출품’ 분석
올해는 1분기만에 작년 수입액 절반 육박
北의 담배 수요 겨냥한 듯 美는 제제 조치
지난 3월 16일 평양 순안 국제비행장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실시될 당시 현장을 참관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손가락에 불이 붙은 담배가 쥐어져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식 보도사진에서조차 종종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은 ‘최고 존엄’으로 여겨지는 만큼 주변에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북한 내부 분위기가 흡연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의 담배 수입량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제동을 거는 미국이 북한의 담배 수입에 제재를 걸어 타격을 입히고자 할 정도다.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해당) 세부 자료를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교역 중단 이전인 지난 2019년 한해 동안 중국에서 북한으로 유입된 담배의 수량은 20억9482만 개비라고 보도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3574만 달러(약 480억 원)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담배 수입 규모는 계속 늘어왔다. 2016년 474만 달러였던 북한의 대중 담배 수입액은 2017년엔 약 2배인 827만 달러로 늘었다. 2018년에는 다시 1789만 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코로나19로 북·중 교역이 거의 중단된 2020년에는 수입 규모가 822만 달러로 줄었으나 이 같은 감소 추세는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돼 약 3억7000만 개비의 1407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북한의 담배 관련 물질과 물품의 수입액을 더하면 대중 담배 수입 규모는 더 커지고, 향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북한은 ‘기타 담배 대용물’ 2371만 달러어치와 ‘잎담배와 담배 부산물’ 1305만 달러어치, 담배 필터와 담배 용지 각각 265만 달러와 195만 달러어치 등을 중국에서 구매했다. 여기에 같은 해 담배 수입액 1407만 달러를 더하면 북한은 담배 관련 제품에만 최소 5750만 달러(약 771억 원)를 쓴 셈이다.

올해 1분기 추세를 보면 지난해보다 올해 수입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 1~3월 북한의 대중 담배 수입액은 649만 달러로, 이는 2022년 전체 수입액의 약 46%에 해당한다. ‘기타 담배 대용물’과 ‘잎담배와 담배 부산물’ 등을 합치면 올해 첫 3개월 동안 북한의 담배 및 담배 관련 물품 전체 수입액은 약 2758만 달러나 된다. 1분기만에 지난해 전체 담배 관련 수입액의 48%에 도달한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다른 품목과 비교해 보면 북한의 담배 수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북한은 올해 1~3월 중국에서 총 1328가지 물품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기타 담배 대용물’과 ‘담배’는 전체 수입액에서 각각 4위와 18위에 올랐다. 특히 ‘기타 담배 대용물’ 수입액은 북한이 같은 기간 사들인 비료나 단립종 쌀(찰기가 있어 국산 쌀과 비슷한 품종), 밀가루보다 많았다.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 이후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식량보다 담배 관련 물품 수입에 더 큰 돈을 쓴 것이다.

지난 18일 북한의 우주과학연구원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가락에 담배를 쥐고 있다. 이날 방문에 함께 한 김 위원장의 딸 주애는 아버지의 흡연을 위한 것인 듯 성냥갑을 손에 들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담배에 대한 북한의 사회적 수요가 이 정도인 만큼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는 미국은 담배 수입 제재로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를 추진한 미국 정부는 담배와 담배 부산물, 관련 물질 등을 대북 수출금지품목으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제재결의안 초안을 마련했었다고 VOA는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제재결의안은 중국, 러시아 등의 거부권으로 인해 채택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최근 독자 제재 규정을 적용해 북한의 담배 수입에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세계 2위 규모의 영국 담배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미국의 제재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6억2900만 달러(약 8444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BAT의 싱가포르 자회사가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고 수익금 등을 미국 은행망을 통해 송금했다는 혐의였다.

또 미 법무부는 같은 날 지난 수년 간 북한 기업의 잎담배 구매 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은행원 심현섭(39)과 중국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중국인 칭궈밍(60), 한린린(41)을 미 연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심현섭에 대한 제보에 최대 500만 달러(약 67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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