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자단과 ‘깜짝’ 오찬서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 근데 난 살찌더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깜짝’ 오찬을 갖고, 오는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기자단이 오는 4일 개장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둘러본 뒤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점심을 먹는 가운데 깜짝 등장했고, 예정에 없던 간담회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하자 현장에선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잠시 헤드 테이블에 앉은 뒤 모든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마주한 것은 지난해 11월 도어 스테핑 중단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해외 순방 중 공식 기자회견, 기내에서 인사 등을 나누기는 했지만 장시간의 소통은 오랜만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을 둘러보며 “취임하고 매일 봤는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도어스테핑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사실 지금도 습관이 돼서 꼭두새벽에 눈을 떠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며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지금 용산의 우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거의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점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여러분이 함께해 주기를 바라겠다.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하자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또 “(인원이)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자리를 한번(하겠다)”며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대선 후 당선인 시절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스타덤을 실감하고 있나’라는 기자 질문엔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TV 토론한다고 방송국에 가니 분장을 하는데, ‘내가 정치를 괜히 시작했구나’ 했다”며 “살면서 헤어드라이어 한번 안 써보고 얼굴에 로션도 발라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40분쯤부터 70분가량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이날 오찬에는 떡볶이, 순대, 닭강정, 샌드위치, 김밥, 아이스크림, 커피, 주스 등이 준비됐다.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도 마련됐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윤 대통령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비판도,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까 언제 1년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며 “많은 성취, 실적 이런 것도 찾아서 정리하면 있겠지만, 지난 1년간 정권이 교체되고 그 정부를 맡아서 과연 우리나라와 사회가 얼마만큼 바뀌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 교체라는 것이 뭐 있겠나”라며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만큼 더 따뜻해지고, 미래세대에게 꿈을 줄 수 있고, 더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그리고 우리의 안보와 사회의 안전이 얼마만큼 더 확보가 됐는지 되돌아볼 것”이라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수정해야 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계획에 대해선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면서도 “용산 스태프(참모)들에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하는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며 성과를 나열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무슨 성과, 이러면서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농담조로 “여러분과 맥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그런 간담회는 모르겠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김은혜 홍보수석과 홍보수석실, 총무·관리비서관실이 실무 준비를 맡은 이날 행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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