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폭 몰이’ 수사가 억울했다는 건설노동자의 분신
노동절인 1일 아침, 건설노조 압박에 항거해 법원 앞에서 분신한 건설노동자가 전신화상 치료를 받다 2일 숨졌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인 그는 건설사에 노조전임비를 요구하고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몸에 불을 붙였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도 아닌 공갈죄로 수사받는 게 자존심 상한다’는 편지를 남겼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이 이 죽음을 불렀다”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대화보다 토끼몰이식 수사로 이런 비극을 낳은 책임을 정부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건설노조를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를 ‘건폭’이라 칭하며 단속을 지시했다. 노동부와 검경은 채용 강요나 노조전임비·월례비를 받는 행위에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했다.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으름장은 노동절에도 이어졌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 13개 지부와 조합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며 950여명이 소환조사를 받고, 15명이 구속됐다. 분신으로 저항한 그 노동자도 ‘건폭몰이’ 수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기실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로 규정한 월례비·전임비·채용 요구 등은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였다. 정부가 ‘건폭’의 대표 사례로 꼽는 월례비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한 작업을 시키는 건설사 쪽 책임이 훨씬 크다. 건설노조도 위법하고 위험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해법을 찾을 대화는 도외시했고, 건설노조만 몰아세운다고 악습이 해소될 리는 없다. 법치주의를 내세운 정부는 건설노조뿐 아니라 노동계와도 현안마다 파열음을 내고 있다.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는 정부 현장조사를 밀어붙이더니 이를 거부한 한국노총을 올해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에서 탈락시켰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무료 상담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노조 회계 미제출’을 빌미로 국제노동기구(ILO)도 권고·인정한 노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을 형해화시킨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은 노사 균형을 잃었다. 노동을 경시해 ‘노조 때리기’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노·정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를 윽박질러 ‘노동개혁’을 한다는 생각은 오판이다. 노동자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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