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불거진 대통령실 공천 개입설, ‘당무수석’ 있는 건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이 파장을 낳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만남은 있었지만 공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또 불거진 대통령실 공천 개입설은 당무 개입이자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월9일 의원실에서 보좌진에게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더불어민주당이 한·일관계를 가지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이) 당신이 최고위원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발언)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보고가) 들어가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했다). 내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도 했다. 이 수석은 2일 언론 브리핑을 자청해 “그런 얘기를 나눈 적 없다”며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대통령실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도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녹취록 내용은 구체적이다. 사실이라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실이 여당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거론하고, 국정홍보 나팔수 역할을 종용한 것은 명확한 당무 개입이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회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 의중이 실려 있다고 인식될 수 있는 정무수석이 ‘당무수석’인 양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 특히 공천 개입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2016년 새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 수사 지휘자가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떳떳하다면 사법당국에 신속·공정한 수사를 요청해서라도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 그에 따른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이 원하는 김기현 후보를 당대표에 앉히기 위해 나경원·안철수 등 유력 주자들을 압박했다. 이제 총선 공천은 윤심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집권당에 파다하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들이 공천장을 받을 거란 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당무와 공천에 개입할 생각 자체를 버리고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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