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에 압도적으로 기울어…중·러와 외교공간 남겨야”[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손제민 기자 2023. 5. 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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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일 서울 성북동 한반도 평화만들기 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운신해야 할지에 대해 “서방에도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영국의 대러시아 전략과 프랑스·독일의 대러시아 전략은 다르다”며 “우리는 중국을 대할 때 프랑스·독일이 러시아를 대하는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36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한국·소련 수교, 대미 관계, 북핵 문제 등 한국 외교의 주요 현안들을 다뤘다. 2009~2011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고, 2015년 주러시아 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국립외교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의 외교 역량과 논의 수준을 높이는 데 매진해왔다. 저서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2020)은 그 일환이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갖고 있지만 외교에서는 실용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실용외교팀’ 좌장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동맹 강화와 가치 외교 중시의 방향은 맞지만 ‘과유불급’
북에 확증편향 갖고 맞대응 경계할 필요성…외교공간 남겨둬야
미에 전문성 높은 핵협의 제기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끌려다니게 될 것
프랑스·독일이 러시아 대하듯 우리도 일본과 다르게 중국 대해야
강제징용 문제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했지만 행정적으로 다가가 꼬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해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전례 없이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면서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러시아와 동시에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신중한 외교’ 노선을 취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 외교가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한 중요한 결정이 후폭풍까지 염두에 두고 짜둔 전략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결정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야당·시민들 앞에서 이 문제를 소상히 설명하지 않았다.

짧게 잡아도 향후 4년의 외교 방향을 결정지은 이번 방미의 의미와 문제점, 과제를 듣기 위해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9)을 지난 1일 만났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기울기로 한 방향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진 않았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양쪽으로부터 좀 더 분명한 입장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오랫동안 서방과 맺은 관계 속에서 국가 형성과 발전을 해온 만큼 어느 정도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그는 “어느 정도까지” 기울 것인지가 중요하며 “중국·러시아와의 외교 공간까지 고려한 통합적 전략이 없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 윤 대통령 방미를 총평해주세요.

“우리 쪽 관심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정부나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있었고 그 부분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미국의 주 관심은 중국·러시아와의 대립 구도 속에서 한국 역할과 책임을 견인하는 데 있었다고 봅니다. 결과를 보니 한·미 동맹을 압도적으로 강화하는 데 방점이 두어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중·러와의 관계는 그렇게 많이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중·러로부터 반작용이 있고 북한으로부터 반발이 예상되죠. 그런 과제를 안았다고 봅니다.”

- 핵협의그룹이 핵 억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우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얘기해야 되겠죠. 미국 지도부가 강한 톤으로 의지를 표명해줬다는 점에서 좀 더 심화된 협의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고요. 중요한 건 이 메커니즘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입니다. 미국은 핵무기에 대해 다른 나라와 깊이 협의하지 않으려는 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을 감안해 이런 걸 만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운용되는가는 결국 한국에 달렸습니다. 우리가 연구도 많이 하고 인력도 양성해 전문성 높은 협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 사례에서 보듯 미국이 주도하는 흐름에 끌려가게 될 겁니다.”

- 기존 협의체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북한의 남침 상황 등을 상정하고 준비해온 거지만 대부분 재래식 전력에 국한된 것이고, 핵 전력이 개입되는 순간 한국은 빠지는 걸로 돼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에 전적으로 맡기는 게 아니라 그전 단계부터 한·미가 협의하자는 겁니다. 우리로선 조직·인적 역량 면에서 생소합니다. 각별히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워싱턴을 떠난 뒤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있다”는 말을 불쑥 했다. 지난 1월 비슷한 발언을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 뒤에 나온 말이어서 생뚱맞았다.

- 핵협의그룹으로는 부족하다는 보수 일각의 우려 때문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1월 첫 발언 때는 의도가 있을 거라 추정할 정황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에 워싱턴 선언을 만들면서 정부 내, 보수 지지층 일각에 있던 여타 옵션들을 다 정리해 버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언은 지금 흐름과 맞지는 않습니다.”

- 북한이 반발하며 고강도 도발을 예고했습니다. 남북 연락채널이 단절됐고, 중·러를 통한 외교가 작동할지도 미지수여서 위험한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안보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동맹·확장억제를 강화하고 강력한 억지 공약도 확보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것이 반드시 문제 해결에 접근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억지력은 강화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게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니까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교의 공간이 작동해야 합니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억지력 강화로 대응하더라도 어떤 시점에는 다시 외교의 공간이 열린다는 점입니다. 그럴 상황 전개에 해가 되는 움직임은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 경계해야 될 것은 상대에 대한 어떤 확증편향을 갖고 끝없이 맞대응으로 나가는 겁니다.”

- 워싱턴 선언은 북한과의 대화에 큰 의지를 싣지 않았는데요. 지난 30년 북핵 외교가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데 실패했고, 한반도 비핵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비핵화 언급이 별로 없는 건 지금의 대결 국면을 감안한 불가피한 대응이었을 것 같고요.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입장 선회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활용할 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하다가도 일정 수준 역량을 과시했다고 판단하면 국면 전환을 시도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2017년 긴장 고조 후 2018년 초 정상 담판의 장을 연 것이 그 예입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 지금 상황도 끝간 데 없이 가리라고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또는 차기 미국 정부하에서 대화 국면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대만·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한·미 정상 발표가 중·러를 자극했는데요.

“공표된 내용만 해도 중·러가 마뜩지 않아 하는 내용입니다. 중·러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발표에 나오지 않은 실제 회담의 논의 내용, 분위기, 국빈 방미 전체의 흐름입니다. 방문 전체를 보면 압도적으로 한·미 공조를 강화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 문제들이 다뤄졌을 때는 꼭 구체적 합의가 있었다는 걸 떠나 뭔가 마음의 접근이 있었다고 봐야 되겠죠. 그게 추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를 결정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확실히 한국 외교의 한 전기이고, 그것에 따라 후속적으로 중·러의 반작용이 상당할 거라고 봅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미·중·러에 대한 정책이 분리된 것이 아니고, 그건 한국 외교의 한 몸에 가깝기 때문에 통합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미 외교를 열심히 하고 그다음에 대중 외교를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사전에 통합되고 조율된 방향이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다면 대미 외교 강화를 위해 움직이다가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을 뒤처리하는 게 대중 외교의 본령이 돼 버립니다. 통합 전략하에 대중·러 정책 좌표를 보여줘야 합니다.”

- 이번에 보여준 것도 나름의 좌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 좌표는 굉장히 치우친 좌표가 되는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 공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할 소지가 있는데, 그러지 않아야 된다는 거죠.”

- 한국이 이렇게 중·러와 동시에 대립하는 외교를 한 적이 있나요.

“공산권 수교와 이후 4강 외교에 관여해본 제가 보기에도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그러면 과거가 좋았고 지금이 나쁜가. 그렇게 보진 않습니다. 과거의 문제점은 모호하게 일을 처리한 것입니다. 과거엔 중·러와 미국 사이의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 정립을 피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내걸고 사안별로 대처했습니다. 친미를 하다가도 천안문 망루에 올라가는 식으로 사안별로 이랬다 저랬다 임시방편을 취한 겁니다. 그건 모든 정부가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하기 어렵게 됐어요. 미·중 대립이 첨예화된 것과 관계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하면 미국이나 중·러는 한국에 압력을 가하면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 같은 위상을 가진 나라 중에 그렇게 외교를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일본과 똑같이 할 수 없는 좌표라면 미국도 일본에 기대하는 만큼 한국에 기대하진 않을 것이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역으로 그런 안정된 관계를 만들어 갈 겁니다. 지금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왔어요. 이제 압박들이 본격 들어올 겁니다. 우리도 중국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중국의 반응에 맞대응하는 식으로 계속하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할 건 하되, 중국이 대사 대신 공사를 초치한 것 등도 세심하게 보고 한·중 간 긴장을 완화하며 외교 공간을 열어가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 세계가 신냉전으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냉전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때와 유사하게 세계가 분열되고, 진영 간 대결이 심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기술·과학 패권을 놓고는 그때보다 더한 경쟁이 있어요. 거시적으로 보면 진영 논리 속에 여기저기 대립이 있습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중립지대에서 지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비동맹 스탠스를 취하는 나라도 있습니다만 그들 상당수는 지정학적 위치가 독특합니다.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뚝 떨어져 있거나 안보·경제 리스크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난 70~80년간 서방의 일원으로 살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과정에 서방과 맺은 연고가 너무 깊습니다. 거기서 선회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비핵·평화·번영·통일을 기하려면 한쪽에 완전히 서고, 마침표를 찍어버릴 수 없다는 거죠. 아시아에서 중국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유럽에서 러시아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와 유사합니다. 러시아를 대하는 방략에 영국형이 있고, 프랑스·독일형이 있습니다. 영국은 나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있어서 미국에 더 가깝지만 프랑스·독일은 그보다는 미국에서 좀 멀어요. 한국·일본 모두 미국의 동맹이지만 우리는 일본과 똑같이 움직이기 어려운 지정학적 현실이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의 3월 일본 방문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도 맞고, 그걸 위해 강제징용 문제를 다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수용할 수 있고 한국이 내놓을 만한 방안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못 미치는 방안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관건은 인기 없는 해법을 어떻게 국내에서 설득할 수 있느냐였죠. 그렇다면 정부는 진보 진영, 야당, 피해자, 유관 단체와 많은 소통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없었어요.”

- 대통령은 열심히 설득했다는데요.

“그것은 정치적 접근이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접근은 야당과 진보 진영을 처음부터 참여시켰어야 합니다. 초당적 모임을 만들어 중재위원회 회부를 포함한 여러 옵션을 놓고 토론해야 했어요. 대법원 판결이 야기한 파장은 엄청났어요. 국제법적으로뿐만 아니라 국가적 영향을 미쳤어요. 그 판결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고 다른 식으로 하겠다면 이 문제는 거국적으로 접근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한 것은 행정적 접근이었습니다.”

- 윤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미·일 구도는 더 강화될 텐데요.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일본 방문부터 물이 흐려졌습니다. 방일 전부터 정치적으로 잘 대처하지 못했고 그 후에도 그랬습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 도청 문제였습니다. 동맹과의 공조란 관점에서 대처했기 때문에 여론의 부정적 흐름을 제어하지 못했어요. 그런 여론을 의식해야 합니다. 이번 방미 때 반도체·배터리 문제도 진전이 없었습니다. 쉽진 않은 문제죠. 그런데 그것마저 얻지 못하면 여론은 정치·군사·안보 모든 면에서 미국에 내주고 경제안보에서도 건진 게 없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경제안보에서 우리 것을 지키기 어려웠다면 의회 연설, 강연, 기자회견 자리에서라도 좀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겁니다. ‘우리 입장은 이렇다. 미국이 앞으로 좀 고려해야 한다’고 던져두는 겁니다. 그러면 국민들도 ‘이번 회담에선 얻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추후 협의를 위해 저렇게 교두보를 만들었구나’ 할 겁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없이 그냥 끝나면 아무것도 못 얻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도청 문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정보 영역에 있던 이슈가 외교 영역으로 불거진 이상 있는 적법 절차에 따라 제기하고 정리했어야 합니다. 그런 일엔 정해진 매뉴얼이 있습니다. 당당하게 요구해도 방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사안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갔기 때문에 여론이 더 부정적으로 된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송 인터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친구가 친구를 염탐했는데 당신은 괜찮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국가들 사이에는 그것(도청)이 금지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러 번 멍석을 깔아줬지만 시종일관 저자세로 일관한 것이다.

- 곧 윤 대통령 취임 1년입니다.

“한반도 안보 상황, 미·중 대립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는 시대적 흐름에 맞습니다. 이 정도 국가 위상이 되면 가치 외교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과유불급입니다. 외교는 대미 외교만으로 안 되고, 대중 관계 등이 다 섞여 있고, 북한과도 대결만 갖고는 안 되고 대결·압박·대화·협상이 다 섞여 있기에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됩니다.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가치 외교는 지금까지 나온 레토릭은 굉장히 높았던 반면 실제 행동은 좀 낮았어요. 그러다 보니 괴리가 생기고 신뢰 문제가 생겨났어요. 대표적 사례가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 방한 때 만나지 않은 거나 중국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겁니다. 가치 외교를 지향해야 하지만 한국 여건을 생각할 때 그 부분에 너무 몰입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끝으로 국내 문제입니다. 지금 정부는 ‘나라와 국익을 위해 옳은 일이면 한다’는 식의 소명의식이 있는 듯합니다. 틀렸다고 할 순 없으나 역시 다 정치이기 때문에 여론·야당과 더 소통해야 합니다. 결국 국정을 맡은 정부에 최종 책임이 있습니다.”

36년간 외교 현장에서 일한 이 베테랑 외교관은 인터뷰 도중 한국이 중·러와 각을 세워서 문제가 아니라, 이들과 어떻게 외교를 할 것인지가 보이지 않아서 문제라는 지적을 여러 번 했다. “통합 전략이 보이지 않으면,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움직이는 것에 따라 바로 반응하며 한국을 압박하게 된다. 지금이 그런 국면이다. 그게 보이지 않으니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제2의 한·미 동맹 조약’을 맺고 왔다는 자찬에 들떠 있는 윤 대통령이 대답해야 할 무거운 질문이다.

손제민 논설위원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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