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휠체어 승객이 천덕꾸러기인가

2023. 5. 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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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은 2010년, 장애인 마크를 좀 더 역동적으로 바꾸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녀가 새롭게 디자인한 마크입니다. 기존과 달리 자신이 갈 방향으로 스스로 휠체어를 움직이고 있는 듯하죠.

헨드렌과 동료들은 장애인 표지판에 새로 디자인한 마크를 덧붙이는 게릴라성 캠페인을 펼치는데, 못마땅해서였겠죠. 뉴욕시는 '기물 파손'이라며 엄포를 놓습니다.

하지만 시가 어떻게 시민을 이기겠습니까. 많은 시민들이 헨드렌의 캠페인을 지지하며 호응하자 2014년 시 당국은 46년간 써오던 마크를 그녀가 만든 마크로 바꿉니다.

그런데 우린 아직 한참 멀었구나 착잡한 마음을 갖게 하는 일이 얼마 전 국내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15일, 코레일이 무궁화 열차의 휠체어석을 예약한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거든요.

출발 20분 전에 현장에서 휠체어 전용 좌석을 예매하고 고객지원실에 휠체어를 옮길 리프트 신청까지 마친 상태였는데도 열차가 입석 승객으로 꽉 차서 못 탄다고 한 겁니다.

결국 이 장애인 승객은 직접 열차표를 환불하고 다음 열차를 찾아 다시 표를 산 뒤 승차장으로 가야 했죠.

문제가 되자 코레일 측은 사과와 함께 입석 발매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열차 내 혼잡도를 완화해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이건 휠체어석 대책이 아니라 입석 문제 해결책 아닌가요.

쏟아지는 비판에 여론을 의식한 건지 결국 나흘 뒤 코레일은 장애인 회원 맞춤형 우대 예약 자동 가입 전환 같은 정책을 내놓습니다.

선진국이 뭘까요. 단순히 돈 많으면 선진국일까요. 우린 이미 충분히 잘 사는 국가에 속합니다만 이런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는 선진국이란 말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사람끼리도 그러잖아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의미 있는지 알지 못하는 부자를 우린 졸부라고 하지 않습니까. 코레일이 우리 국민을 졸부로 만드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휠체어 승객이 천덕꾸러기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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