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소통 재개한 尹 "도어스테핑 안하니 섭섭하죠?"(종합)

한지훈 2023. 5.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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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아 기자들과 깜짝 오찬…"변화 느린 부분은 다음 1년 더 속도"
김밥·떡볶이 나누며 "부족한 점 당연히 많았을 것…함께 해주길 바란다"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 갖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5.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오는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기자단 150여 명이 오는 4일 개장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둘러본 뒤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가진 점심 자리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서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직접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 후 약 5개월 만으로, 이날 오찬을 계기로 다시금 소통 강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어느덧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벌써 1년이 됐다"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하고, 이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권 교체라는 것이 뭐 있겠나"라며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어떻게 바뀌었느냐, 얼마만큼 더 활기차고 따뜻해지고, 더 미래세대에 꿈을 줄 수 있고, 더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그리고 우리의 안보와 사회 안전이 얼마만큼 더 확보됐는지, 이런 것들을 되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에 대해선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러분과 그냥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 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나라를 더 잘 변화시킬 수 있게 여러분과,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소통 노력을 부각하며 대통령실 앞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조성한 '용산어린이정원'에 대해서는 "임기 내내 계속 아이들이 여기에서 뛰어놀게 하면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 나무도 심고 기념비 같은 것도 만들고 동상도 놓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일하면서 생각해보니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3.5.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jin@yna.co.kr

추가로 공사 중인 부지를 가리키며 "분수 정원을 만들어 날이 더워지면 시청 앞 분수 광장처럼 아이들이 거기에서 놀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가급적 어린이들한테 이 공간을 많이 줄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61회로 중단한 도어스테핑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며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고 농담했다.

이어 "사실 지금도 습관이 돼서 꼭두새벽에 눈을 떠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며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지금 용산의 우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거의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여러분이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으로 소규모 간담회 등 언론과 소통 기회를 자주 갖겠다며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 주겠다'는 당선인 시절 약속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주변 기자들에게 지난 국빈 방미 뒷얘기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너무 많았다"며 "미국에 있는 동안 서너시간밖에 못 잔 것 같다. 정신 없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와 달라고 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며 "기타를 주려고 하는 모양이구나 했는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 많이 불렀던 것이라 (가사가) 생각이 났다"며 "만약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 당할 뻔 했다"고 농담했다.

윤 대통령은 '스타덤을 실감하고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TV 토론한다고 방송국에 가니 분장을 하는데, '내가 정치를 괜히 시작했구나' 했다"며 "살면서 헤어드라이어 한번 안 써보고 얼굴에 로션도 발라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40분께부터 70분가량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식사 도중 "일이 있는 사람은 먼저 가보셔도 좋다"고 말하며 애초 예정했던 것보다 오래 머물렀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메뉴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밥과 순대, 떡볶이, 닭강정,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김은혜 홍보수석과 홍보수석실, 총무·관리비서관실이 실무 준비를 맡은 이날 행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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