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3400채 보유 ‘빌라의 신’ 결탁 공인중개사 등 2명 송치

깡통전세 사전 고지 않은 채 임차계약 연결
확인된 피해자 300여명·피해금 600여억원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 주거복지센터 내에 마련된 전세피해지원센터의 모습. 뉴스1

경찰이 오피스텔과 빌라 3,400여채를 보유한 이른바 ‘빌라의 신’ 전세사기범 일당과 결탁한 공인중개사와 브로커 등 2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빌라의 신' 주범 최씨 등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일 “전세사기에 연루된공인중개사 A씨와 브로커 B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임대계약 중개업을 하던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전세를 찾는 임차인들을 ‘빌라의 신’ 최모 씨 일당에 연결해주고, 6건의 계약 리베이트로 6,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같은 시기 A씨와 함께 최씨 일당에게 9건의 계약을 중개하는데 관여하는 등의 대가로 3,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다. 이들은 1억원 초·중반대 빌라를 중개해주면서 1건당 60만~70만원대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0.5% 수준인 법정 임대차 계약 수수료보다 많은 액수다.

경찰은 이들이 통상의 수수료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한데다 같은 수법으로 여러차례 중개행위를 반복한 점,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할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구속했다.

이들과 수수료로 연결된 ‘빌라의 신’ 최씨 일당은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 보증금으로 해당 주택 매입대금으로 지불해 자기자본 없이 주택을 취득하는 속칭 ‘무자본 갭투자’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들은 A씨 등의 말만 믿고 계약을 맺었다가 뒤늦게 임대 보증금이 실질 매매대금을 웃도는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집값이 하락하자 최씨 등은 계약 만기가 됐는데도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빌라의 신’ 사건 관련해 현재 240여 명을 입건해 조사중이다. 피해자는 300여명, 피해 금액은 600억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재판에 넘겨진 최씨 등 3명은 지난달 25일 징역 8년~5년을 선고받았으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