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 참변’ 父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가해자 변명 두 번 죽여”

‘강남스쿨존 초등생 사망’ 결심공판
숨진 학생 父, 재판부에 엄벌 탄원
檢, 음주도주 40代 징역 20년 구형

“아이의 두개골이 파괴될 정도로 역과하고 가면서 단차가 거의 없는 빗물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부디 공정한 판결로 음주운전은 너무나 큰 범죄 행위이고, 뺑소니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선택이며, 이들이 결합된 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는 그 어떤 사망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하시어, 이 사회에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제가 드리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을 치어 숨지게 한 남성 A씨가 지난 2022년 12월 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 심리로 진행된 ‘강남 언북초 스쿨존 음주사고’ 가해자 A(40)씨에 대한 결심공판기일. B군의 아버지는 재판부 앞에서 말을 마친 뒤 흐느꼈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 서울 강남구 언북초 후문 앞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군(당시 9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군의 아버지는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재판부에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B군의 아버지는“지금이라도 당장 ‘아빠’ 하고 돌아올 것 같다”고 오열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의결된 양형 기준을 구형에 적용했다. 양형위는 지난달 25일 스쿨존 내에서 만취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최고 15년형, 사망한 어린이를 두고 뺑소니하면 23년형까지 선고하는 내용의 양형기준을 심의·의결했다.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음주운전 혐의 등은 인정하지만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사고 이후 21m 거리에 있는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해 차를 세운 뒤 뛰어나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에서 “사고 당시 빗물 배수로를 넘은 것으로 착각해 B군을 차로 들이받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A씨의 선고공판은 3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