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美투자자들에 “경영진 교체 난관, 사업에 중대 악영향” [아이티라떼]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5. 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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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사업보고서에 언급 없는
지배구조 리스크 美 SEC에 보고
“경영진 인사교체 대단히 어렵고,
당사 사업에 혼란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당사는 공석으로 남아 있는 차기 CEO 와 임원직에 적합한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 당사는 고위 경영진에 의존하고 있으며, 당사가 인사교체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당사의 사업, 재정상황, 영업실적과 주가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KT가 미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현존하는 CEO 공백 리스크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KT는 지난 1999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매년 SEC에 연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제출된 KT 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전년과 달리 경영진 공백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를 새롭게 추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 KT는 연초 대통령실, 국민의힘,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경영진 교체 외압에 시달려왔습니다. 심지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KT 이사회가 정식 선임 절차를 거쳐 발표한 윤경림 대표 후보자에 대해 ‘구현모 아바타’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KT는 이번 SEC 보고서에 이런 구체적 혼란상을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고위 경영진의 인사교체는 ‘대단히 어렵고(inherently difficult)’ 당사의 사업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연초에 이어 올 하반기 새 CEO 선임 과정에 또 다시 난관이 존재할 가능성을 미국 투자자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표현입니다.

KT는 구체적으로 “(새 대표 및 사외이사 등 이사진) 선임의 시기와 결과에 대해 어떠한 보장도 할 수 없다”며 “리더십의 교체는 당사의 사업전략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고, 이는 불확실성을 낳으며 당사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사업전략의 수행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는 사업보고서에서는 기술하지 않은 초민감 지배구조 리스크를 미국 투자자들이 보는 SEC 보고서 상에서는 이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KT 관계자는 이 같은 상세 기술 배경에 대해 “SEC에 제출하는 공시 내용은 실제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기업의 잠재된 모든 리스크를 상세히 기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KT는 이번 보고서에서 대표직 연임 실패 후 용퇴한 구현모 전 KT 대표가 현재 KT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임 중’이라는 표현을 써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구현모 전 대표의 공식 임기는 지난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이 마지막으로, 이미 주총 전 자진사퇴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KT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주총 사회를 박종욱 KT 사장(경영기획부문장)이 이끌었죠. 박종욱 사장은 현재 KT 비상경영 체제를 이끄는 ‘CEO 직무대행’으로 활동 중입니다.

문제는 상법 제 386조에 따라 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원수(의결정족수 3명 이상)를 갖추지 못할 경우,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KT는 미국 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2023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 3명의 사외이사(표현명·강충구·여은정)와 구현모 대표이사, 2025년 3월 임기가 만료될 김용헌 사외이사가 현재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임 중”이라고 기술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구 전 대표는 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재임 상태’일뿐, 실질적으로 현 이사회 구성원 자격으로 아무런 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상법 규정에 따른 서류 상 ‘착시 효과’라는 게 KT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뉴욕증시에서 KT 주가는 정치권 외압에 따른 CEO 선출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15달러를 향해 질주하다 2월 말부터 급락을 거듭해 현재 11달러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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