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금단의 땅 용산미군기지 국민에 돌려준다
120년 간 일본과 미국이 번갈아 점유했던 용산 미군기지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탈바꿈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대통령실은 오는 4일부터 용산어린이정원을 국민에게 개방한다고 2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약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을 정식 조성하기에 앞서, 대통령실 앞 부분 반환부지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4일부터 국민에 개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어린이정원 언론 사전 개방 행사에 참석해 "이곳에 나무도 심고, 기념비 같은 것도 만들고, (대통령) 동상도 놓으라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생각을 해 보니 우리나라의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여기는 어린이정원으로 이름을 붙이고 어린이와 부모, 보호자들이 함께 잔디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분수정원도 만들려고 하는데, 날이 더워지면 아이들이 시청 앞 분수광장처럼 놀 수 있게 하고, 옛날에 미군이 쓰던 축구장과 야구장을 조금 손질해서 유소년 축구대회와 야구시합을 하고 있다. 가급적 어린이들한테 이 공간을 많이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임시개방하는 반환부지는 120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땅이었다.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제가 용산일대 약 300만 평의 군용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일본군이 주둔했고,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일본의 군사기지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미7사단 병력이 용산에 주둔했고, 6·25 전쟁 발발 후 1952년 다시 용산기지가 미군에게 정식으로 공여돼 최근까지 미군의 용산 주둔 시대가 이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한미 정상 간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합의되면서 용산기지 반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작됐다. 정부는 용산기지의 역사적 가치와 위치를 감안해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지난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대통령실 이전을 계기로 기지반환을 위한 한미 간 합의가 가속화되면서 용산기지 243만㎡(약 74만평) 중 2022년에만 58.4만㎡(약 18만평)이 반환됐고, 이 중 대통령실과 인접한 30만㎡(약 9만평)을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임시개방하게 된 것이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미군기지의 특색을 최대한 살리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여가 공간이 추가됐다. 장군들이 머물던 숙소는 문화·휴식·편의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해 홍보관, 전시관, 용산서가(독서공간), 이음마당(휴게공간), 카페, 기록관 등으로 변신했다.
미군기지 내 유일한 장성급 관사는 잔디 정원을 갖춘 이벤트하우스가 됐다. 이벤트하우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용산어린이정원의 백미는 잔디마당이다.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약 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가로수길, 하늘바라기길, 들꽃산책로 등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잔디마당 한편으로는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언덕이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동쪽에 위치한 스포츠필드는 스포츠 꿈나무를 위한 만12세 이하 어린이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이 마련돼있다. 4일 개방과 함께 대통령실 초청 전국유소년야구대회와 축구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예약을 하면 일반 유소년 팀도 시설을 사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제기된 환경 오염 우려와 관련해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에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해 공기질 측정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했고, 주변지역 4곳과 비교측정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실외 공기질은 환경기준치 이내로 주변 지역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고, 실외 공기질도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해 안전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개방 전 지역에 걸쳐 15cm 이상 흙을 덮은 후 잔디 등을 식재하거나 식생매트 설치, 유류저장탱크 제거 등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추가 안전조치를 시행했다"며 "향후에도 개방 기간 동안 환경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실시해 안전성 확보 여부를 더욱 철저하게 확인해갈 예정"이라고 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을 방문하려면 누리집에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1일 3000명으로 출입인원을 제한해 사전예약을 받을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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