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개입' 태영호 녹취록 논란 일파만파

이진복 정무수석, "공천 얘기 전혀 나눈 적 없어"…태 의원도 부인
여당 비주류계 "검찰에 고발해야"…야당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주장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의 대화 관련 언론보도 등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간 '공천 관련 녹취록' 논란이 당 안팎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도부는 사실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수석은 "공천 관련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단언했으나 야당에선 "당무 개입"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수석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MBC는 전날 태 최고위원이 지난 3월 9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이 수석이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했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 공개 직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 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 수석에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도 태 최고위원 측의 해명을 근거로 논란을 일축하는 데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본인(태 최고위원)이 부풀린 얘기라고 했다. 당무 개입을 안 했다고 하는데 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선을 그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일단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비주류 측은 '공천권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더해 검찰 고발까지 촉구하고 있다. 김웅 의원은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며 "태 의원이 거짓말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허은아 의원도 "여당 지도부를 국민과 나라가 아닌 자신의 공천만 생각하는 집단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까지 불러 온 책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을 주장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태 최고위원이 쏟아냈던 야당을 향한 무리한 비난과 노골적인 정권 옹호는 대통령실의 공천 압박에서 기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천은 대통령실이 침범할 수 없는 정당의 고유사무다. 녹취 내용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을 미끼로 당무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이자 불법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신동근 의원 역시 "공천을 빌미로 (대통령실이) 여당의 당무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정무수석이 실상은 당무수석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