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영길 막무가내 출두로 요란떨 처지 아냐

송영길, 검찰 앞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 공범으로 적시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검찰로부터 조사 거부를 당한 채 발걸음을 되돌렸다. 송 전 대표의 검찰 출두는 현 수사단계에서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조사 일정에 대해 검찰과 사전 협의가 돼 있지 않아 가더라도 허탕칠 게 충분히 예견됐다. 이를 우려해 검찰도 부를 때 와서 조사받으면 될 것이라고 진즉 밝힌 바 있다. 송 전 대표가 검찰 출두를 강행한 데에는 어떤 유리한 셈법이 있었지 알 수 없으나 송 전 대표가 출두 모습을 보임으로써 시선을 끌기는 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에 제발로 출두한 일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무르익는 정도에 따라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전대 돈봉투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의 종착역에 해당하는 마당이고 그에 더해 그의 경선 캠프 인사들과 외곽 조직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돼온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사뭇 궁지에 몰려있는 형국의 송 전 대표다. 자연히 이 같은 수사 진행과 경과가 송 전 대표에게 심리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는 있다. 그런 사정은 이해되지만 그게 검찰에 일방적으로 출두하는 명분과 동기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혹 억울하거나 혹 부당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으면 국회 소통관을 빌리든 적절한 공간에서 자기 입장을 밝히고 반박할 것은 반박하면 그만이다. 임의로 정한 시간에 수사 기관을 찾아간 게 어색할 따름인 이유다. 게다가 조사를 퇴짜 맞았고 그러자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통해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기 바란다"고 말 한 대목도 진부하다. 검찰이 뚜렷한 근거나 물증 자료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수사한다는 주장이라면 앞뒤가 맞지 않은 얘기고 아울러 송 전 대표 자신을 구속시켜 달라는 것도 형사법 체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당내 일각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기각 명분을 쌓기 위한 여러가지 포석을 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나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송 전 대표는 검찰과 각을 세우려 하기 보다는 자숙하며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검찰 출두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