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대출 받아볼까”...쪼그라들던 가계대출, 바닥 찍었나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5. 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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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부터 가파르게 줄었는데, 최근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이 신규 취급하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작년 평균 수준을 이미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수신과 여신이 모두 역성장하는 초유의 사태를 걱정했는데, 반전을 맞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이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매일경제가 4월 말 기준 4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여·수신 계수를 취합한 결과,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14조528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대비 0.91% 줄었지만, 3월말보다는 0.57% 감소했다.

신용대출은 고금리 여파로 작년부터 빠르게 줄었지만, 최근 감소세 둔화가 뚜렷하다. 4대 은행의 4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92조1225억원으로 올 1월 말보다는 4.87% 줄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0.9% 감소했다. 신용대출 잔액의 전월 대비 감소 폭은 1월(-2.84%), 2월(-1.95%), 3월(-2.1%)보다 크게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수신 계수는 잔액 기준이어서 상환금액 등이 포함돼 가계대출 규모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달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작년 평균치의 두 배에 달했다”며 “신용 대출 신규 취급액도 지난달부터 작년 수준을 회복했는데, 다른 은행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건 지난 3월부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2030 젊은 세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해 급매물을 사들이면서 주담대 수요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하기 때문에 결국 가계대출의 반등은 주택 경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낮아진 대출금리도 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일 기준 4대 은행 주담대 금리는 변동형 상품의 경우 연 4.09~6.04%로 하단 금리가 3%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혼합형 상품 금리는 연 3.7~5.53%로 하단금리가 3%대로 내려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4대 은행이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낮게는 연 4.73%(국민은행)부터 높게는 연 5.23%(우리은행)으로 집계됐는데, 4월엔 이 수치가 더 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5.08~6.04%로 5%대가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은행의 대출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기업대출이다. 4월 말 4대은행 대기업대출 잔액은 96조7992억원으로 한달 새 1.85%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4월 말 491조8293억원으로 2조3169억원 늘었다.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3.46%으로 기준금리(연 3.5%)를 밑돌면서 ‘머니무브’ 현상이 엿보인다.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은 4월 523조 4896억원으로 3월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며 투자 기회를 엿보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기예금 금리에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증시나 부동산에 투자 타이밍을 보거나 혹은 정기예금 금리 재상승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정기예금은 지난달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그 속도는 완만해졌다. 4월 말 기준 4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28조 1568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 4576억원 줄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4월 말 기준 32조 578억원으로 전달보다 약 8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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