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연구로 돈 버는 '미래병원' 되겠다"
오는 2028년 100주년을 맞는 고려대의료원이 외부 위상을 제고하겠다고 천명했다. 그간 축적한 의료·바이오 기술 사업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 수익을 창출하고 재투자해 국내 대형병원 '빅3'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달 27일 윤을식 제17대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고려대의료원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윤 신임 부총장은 최근 △한승범 안암병원장 △정희진 구로병원장 △권순영 안산병원장 등 고려대의료원과 산하 3대 병원의 주요 보직인사를 마무리했다.
[관련기사=윤을식 안암병원장, 고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내정(https://kormedi.com/1565851/)]
◆미래병원 경쟁력, 핵심은 '연구'
이날 윤 부총장은 향후 고려대의료원의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영역으로 '연구'를 지목했다. 병원의 수익 창출 구조를 연구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배경에는 이미 고려대의료원의 연구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윤 부총장은 "해외 선진 의료기관의 특징은 진료수가가 아닌 연구를 통해 창출한 고부가가치의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혁신 의학기술은 기술이전과 교원창업 등의 사업화 과정을 통해 산업계에서 선순환적인 파급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2005년 전담 조직을 구성해 연구개발(R&D) 분야 강화 노력을 본격화했고 2013년에는 제도 도입 처음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이 결과, 다수의 의료·바이오 기술 사업화 경험을 쌓았고 최근에는 연구를 통한 수익 창출에도 성공한 상태다.
지난해 1500억 원에 이른 고려대의료원의 외부 R&D 수주액은 연평균 13%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 역시 국내 의료기관 중 최대 규모인 300억 원 수준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연구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 향후 4년간 약 1200억 원을 연구 인프라 구축과 인센티브 비용으로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1위, 세계 30위권의 '초격차 연구중심 의료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해 △홍릉강소특구의 '서울바이오허브'와 연계한 바이오의료 창업 활성화 방안과 △연구 인재 육성 방안 등의 세부 기획을 발표했다.
홍릉강소특구 연계 방안은 인근 서울과학기술대와 연계해 고려대 의대의 연구·교육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서울바이오허브에 들어선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과는 기술 사업화 움직임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증축 중인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고려대 의대 정몽구관은 향후 '산학연병 전진기지'이자 '바이오메디컬 연구 플랫폼'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메디사이언스파크'로 불릴 해당 건물엔 향후 10년 동안 고려대 의대와 함께 고려대의료원 내 백신, 신약 개발 연구소 전체를 이전한다.
손호성 의무기획처장(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은 "고려대는 인재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인재 육성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소속 교원의 보수와 대우를 경쟁 의료기관 수준으로 높이면서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30~40명의 교원을 임용한다.
내부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기초·임상 의사과학자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한다. 학부부터 전임교원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 지원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선도 의사과학자 육성장학금'도 신설한다. 의료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나 임상강사가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 중 하나인 고려대 일반대학원 의학과에 진학하면 입학금의 50%와 등록금의 80%를 지원하는 제도다.
◆ "고려대 위상 다시 세울 때... 외부평가 경쟁도 강화"
고려대의료원은 연구 기반 수익을 바탕으로 미래병원 전환과 외부 경쟁력 강화에도 역량을 기울인다. 오는 2028년 100주년에 맞춰 고려대 의대의 브랜드 가치를 소위 말하는 '빅5' 혹은 '빅3 병원'으로 재정립하겠단 목표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단계는 '차세대 스마트병원 전환'이다. 지난해 발표한 제4병원(과천 혹은 남양주 고려)과 산하 3개 병원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각각의 강점을 살린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학준 의학연구처장(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은 "스마트병원은 의료진을 제외한 병원에 필요한 수많은 업무를 첨단 기술로 자동화하는 일"이라면서 "그중에서도 핵심 목표는 단순한 자동화·기계화가 아니라 환자 중심의 진료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미 국내 최초로 서버가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스마트병원 전환의 첫걸음을 뗀 상태다. 이를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접목한다면 향후 환자들에게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서비스를 구현해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윤 부총장은 병원평가 등 외부평가와 환자경험 등 진료 서비스 영역에선 경쟁 상대의 수준을 쫓아가기 위해 벤치마킹과 공격적 투자를 시행하는 '리드매치(Lead-match) 전략'을 구사하겠다고도 밝혔다.
대표적으론 병원 순위 평가에서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 병상수를 정부 정책에 맞춰 경쟁 병원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전체를 합쳐 3000병상 규모인 산하 3개 병원의 병상수를 정부 정책에 맞춰 향후 4~5년 동안 각각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윤 부총장은 "2028년 100주년을 앞둔 만큼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그간 다져온 업적과 성과들을 계승의 의료원의 변곡점으로 만들어 가겠다"면서 "4년의 임기 동안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퀀텀점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팬데믹 다음은 '디지털' 헬스케어" (https://kormedi.com/1583562/) · 고려대병원, 잇달아 '미래의료' 방점… 권순영 안산병원장 취임(https://kormedi.com/1584332/)]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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