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대장동 재판서 고함 “정진상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가 오랜 동지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씨를 상대로 고함치며 항의했다. 정씨에게 돈을 전했다는 유씨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냐고 변호인이 의심하자, 유씨가 정씨에게 억울함과 분함을 터뜨린 것이다. 정씨는 유씨로부터 대장동 수익금 등 2억4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7번째 공판에서 유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대장동 비리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유씨는 이날도 대장동 사업 수익금의 사용처와 전달 과정 등에 대해 상세한 증언을 내놓았다.
정씨 측 변호인단은 유씨를 상대로 정씨에게 돈을 건넨 상황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캐물으며 모순점을 부각하려고 시도했다. 변호인은 2014년 4월과 2019년 9월 정씨 집에서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유씨에게 집 구조와 포장지의 크기까지 추궁했다. 정씨 측은 기억이 부정확한 유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의 도움으로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았다며 회유 여부와 신빙성을 의심했다. 한 변호인은 “당시 상황을 믿음직하게 연출하기 위해 ‘주작’(조작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한 것이 아니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어 변호인이 “(유씨의) 거짓말이 탄로나 진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자, 유씨는 “그건 모독이다. 왜 모욕하느냐”며 고성을 내며 항의했다. 그는 피고인석에 앉은 정씨를 노려보며 “정진상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라고 고함도 쳤다. 정씨는 유씨의 항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씨와 유씨는 오랫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근접거리에서 보좌한 인물로 꼽힌다. 유씨는 앞서 진행된 검찰 측 증인 신문에서 대장동 수익금의 사용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재명의 대선자금과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했다”며 “우리(정진상‧유동규 등)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씨는 대장동 사업 준비 과정에서 민간업자 측 인사를 성남도공에 취직시키는 과정을 정씨에게 직접 보고했다고도 증언했다. 유씨는 “정영학‧남욱으로부터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를 실무자로 성남도공에 채용시켜달라고 부탁받았다”며 “이력서까지 가져가서 (정씨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이날 재판 말미에서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공판은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변호인이 정씨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한 비닐의 종류를 묻자 유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유씨는 최근 정씨 뇌물 수수 재판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재판, 대장동 개발비리 재판 등에 증인 및 피고인으로 연이어 출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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