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 ‘기네스북’ 도용… 엇나간 지역 자랑

이보람 2023. 5. 2. 19: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방의 일부 지자체들이 기네스 세계기록 공인 없이, 홍보용으로 자체 기네스북을 만들어 수년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기네스세계기록뿐 아니라, 한국기록원의 별도 허가를 받지 않은 '해적판 기네스북'이다.

이들 지자체에선 "영국 기네스북에 허가를 받진 않았다"면서 "지역 기록을 담아둔다는 의미로 '기네스북' 이름을 사용한 것이고, 대전, 완주 등 경남 이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용한 사례들이 많이 보여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 북구, 2010년 기네스북 발간
주민 등 질타에 온라인 삭제 불구
책 파일 여전히 내려받을 수 있어
하동·함양도 명칭 무단 사용 ‘빈축’
英 기네스 “명칭 쓰려면 꼭 알려야
접수받아도 오해 소지 많아 거절”

지방의 일부 지자체들이 기네스 세계기록 공인 없이, 홍보용으로 자체 기네스북을 만들어 수년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기네스세계기록뿐 아니라, 한국기록원의 별도 허가를 받지 않은 ‘해적판 기네스북’이다.

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북구는 ‘울산 북구 기네스북’이란 이름을 내건 홍보 책자를 2010년 만들었다. 지역의 유·무형자산 중 대외적으로 홍보할 거리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다. 북구 기네스북에는 최고령자, 최다 자격증 보유자, 면적이 가장 넓은 동, 가장 오래된 나무 등 영국 기네스북에 쓰이는 최고·최대 기록이 담겼다. 2017년엔 북구 출범 20주년이라면서 100권 정도 내용을 손질해 추가로 발간했다. 두 번째 기네스북이 나왔을 때 북구는 ‘기네스북 명칭 무단사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해적판 기네스북 논란 후 북구 기네스북은 슬그머니 사라진 듯했다.
울산 북구가 발간한 ‘북구 기네스북’ 책 표지. 울산 북구 제공
하지만 6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도 북구 기네스북은 여전히 ‘기네스북’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북구 기네스북’이라고 검색하면 2017년 발간된 책 파일을 그대로 다운받을 수 있다. 파일은 북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받도록 자동 연결돼 있다.

북구 관계자는 “2021년 9월 포털에서도 삭제되도록 (홈페이지 관리 업체에) 요청을 하고 그 뒤론 기네스북에 대해 한 번도 챙겨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네스북 관련 업무를 했던 북구 관계자는 “법률적 검토를 받았는데 기네스북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작권 논란이 일어서 지역에 배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해 5월 ‘하동군 기네스북’이란 책을 발간했다. 울산 북구처럼 지역의 최초, 최고, 유일 등의 기록을 담았다. 함양군도 지난해 9월 ‘함양 기네스’라는 이름의 책자를 냈다. 이들 지자체에선 “영국 기네스북에 허가를 받진 않았다”면서 “지역 기록을 담아둔다는 의미로 ‘기네스북’ 이름을 사용한 것이고, 대전, 완주 등 경남 이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용한 사례들이 많이 보여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지자체의 해적판 기네스북에 대해 ‘진짜’ 기네스북은 어떤 입장일까. 본지가 영국 기네스세계기록에 메일로 두 차례 질의한 결과 “문의 내용에 대한 답을 조회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알려왔다. 그러면서 “기네스북의 명칭과 기록, 영상 등을 사용하고 싶으면 반드시 사용목적, 게재 예정일 등을 알려야 한다. 기네스북의 명칭이나 그 기록을 활용한 무허가 도전 등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거절’하고 있다”고 답했다. 허락을 했다는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울산 북구가 발간한 ‘북구 기네스북’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는 북구청 홈페이지. 인터넷 캡처
기네스북 등 국제 해외 기록 인증기관에 인증 심의를 요청하는 서비스를 하는 한국기록원 측은 “기네스북 명칭 사용과 사전 허락에 관한 것은 우리(한국기록원)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식재산권과 특허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키프리스’에는 1985년 삼양식품주식회사가 ‘삼양기네스북’, 1994년 롯데푸드주식회사가 ‘기네스북’ 상표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돼 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