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천 녹취록’ 파문… 이진복은 "그런 얘기 안 나눴다"

조병욱 2023. 5. 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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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와 관련해 대통령실을 옹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천 문제가 대통령실과 함께 언급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원들이 용산을 바라보며 발언 수위를 더 높이고 경직된 입장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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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太, 과장했다고 말해” 일축에도
당내 일각 “사실이면 중대범죄” 뒤숭숭
민주도 “삼권분립 훼손하는 폭거” 맹폭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와 관련해 대통령실을 옹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총선을 11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불거진 이번 사태가 자칫 대통령의 공천개입 논란으로 번지면 여당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다. 이에 여당 지도부는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냈지만 당내 비주류와 야당은 ‘당무 개입’이자 ‘공천 거래’라며 거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진복 정무수석(왼쪽), 태영호 최고위원
이 수석은 2일 이번 의혹과 관련해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누구에게 공천을 주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그는 언론 보도 이후 태 최고위원이 두 차례 전화를 걸어와 “(보좌진에게) 설명하다 보니 조금 과장되게 얘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 묻는 질문엔 “당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태 최고위원도 보도 직후 “이 수석과 한·일 관계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정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태 최고위원 측은 유출 문제에 대해 수사 의뢰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공천’ 문제가 대통령실과 함께 언급된 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녹취록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본인(태 최고위원)이 과장한 것이라고 했다”며 일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 일단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당내 비주류와 야당은 불법 공천개입이라며 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맹폭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보도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준석계 김웅 의원도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며 “태 의원이 거짓말한 것이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강조했다. 허은아 의원도 “태 의원은 즉각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의원직 사퇴까지 결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천 문제가 대통령실과 함께 언급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원들이 용산을 바라보며 발언 수위를 더 높이고 경직된 입장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발언 등으로 윤리위에 오른 태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녹취록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천을 미끼로 당무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이자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천은 대통령실이 침범할 수 없는 정당의 고유사무”라며 “이번 사안은 정부의 정치 중립 훼손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조병욱·김승환·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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