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간호법, 대리수술 합법화 우려…일방추진 안돼"
기사내용 요약
대전협 2일 기자회견 열고 입장 발표
"간호법 대리수술·처방 합법화 가능성"
"면허취소법 사실상 '의사파업방지법'"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해 오는 17일 연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간호법 제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법안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 전공의, 임상심리사 등 다양한 직역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간호법 제정으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어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주52시간, 3교대를 하고 있지만 초과 근무가 많아 많은 간호사들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고 있어 열악한 처우 개선이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1인당 환자 수 5명 제한, 무임금 노동 개선,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불필요한 위계질서 개선 등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주 100시간씩 36시간 연속으로 일하며 살인적인 노동 환경에 놓여있는 전공의와 임상심리사 등 다른 직역에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협은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변경돼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뤄져 온 불법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화 될 가능성이 있어 간호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의협과 마찬가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을 반대, 수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 회장은 "병원에서 다른 전문 영역을 가진 간호사한테 무면허 수술과 처방을 종용하는 현 상황이 다소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나 2015년 전공의법 도입에 따라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된 이후 남은 업무의 일부를 전문의(의사) 추가 채용보다는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 해결했던 것이 현실이고, PA라는 이름으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을 암묵적으로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는 있지만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이른바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는 없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수술을 마무리하는 봉합이나 주사를 놓거나 시술을 하게 되면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강 회장은 "지금의 간호법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면서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할 예정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와 간호법안 원안(진료에 필요한 업무)의 주요 내용 등을 종합하면 앞으로 병원과 의원, 지역사회 각종 센터 내에서 의사 없이 각종 시술 등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충분히 소통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PA를 불법으로 몰아가면 의사 수 부족으로 병원이 마비되고 수술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대전협은 향후 시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의료계 내부의 대리수술과 대리처방 근절을 위한 자정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강 회장은 "앞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할 경우 법적 대응, 공론화 등을 해 나가고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의사 추가 채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다"면서 "병원과 지역사회 등 현장에서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여러 직역이 하나의 팀을 이뤄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은 "전공의는 주100시간씩 일하며 36시간 연속근무를 일상적으로 하고 의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너무 많다"면서 "그러나 의사면허취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를 각오하고 해야 해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으로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인 파업은 사실상 어려워지고, 젊은 의사들은 악화되는 의료환경 속에서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조용한 사직 트렌드를 만들 것"이라면서 "국내 입원 진료는 거의 대부분 주 100시간 일하는 전공의가 주로 담당하는 만큼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의사 파업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들은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모든 법안과 정책이 추진될 경우 파업 등 전국 전공의 단체행동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의사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7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무기한 총파업을 벌였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을 주축으로 의대 교수와 의대생 등이 집결했다. 당시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80%가량에 달했다. 생명과 직결된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까지 집단 휴업에 참여했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달 28일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최종 공포되면 단체행동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의협과 전공의 파업의 범위, 방법 등을 논의 중이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학병원 전공의들과 교수들은 필수의료와 중환자실, 응급실 진료에 대해 심각히 고려해야 해 파업의 범위와 방법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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