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후유증 ing..조작·특혜, 그것이 문제로다[Oh!쎈 초점]
[OSEN=김나연 기자] '프듀' 조작 사태가 발생한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다. 한동안 뜸했던 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다시 열기를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불신의 그림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Mnet '프로듀스 X 101'의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파이널 최종 순위 중 일부 참가자들 간의 표차가 일정했다는 것. 유료 투표로 진행됐던 만큼 이같은 조작 의혹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논란은 전작인 '프로듀스 48'까지 확대됐다. 결국 경찰 수사를 통해 조작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조작에 가담한 안PD와 김CP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검찰은 '프로듀스 101' 시즌1, 2를 포함한 전 시리즈에서 조작이 일어났음을 최종 결론지었다. 이 사건으로 사기, 업무방해, 배임,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안PD와 김CP는 각각 징역 2년과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덩달아 '아이돌학교' 역시 조작 사실이 확인돼 김 CP와 엠넷 제작국장 김 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징역4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 같은 좋지 않은 선례에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시청자들의 깊은 불신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때문에 제작진이 한발 앞서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프듀' 사태 직후 방송된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는 '투명성'과 보다 정확한 결과 발표를 위해 대국민 투표가 포함된 최종 결과를 한주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프듀' 사태의 진원지인 Mnet 측은 신뢰 확보를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프듀' 논란 이후 지난 2021년 '걸스플래닛999'를 통해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Mnet 측은 제작발표회 당시 "모든 투표는 Mnet과 별도로 외부 플랫폼인 유니버스에서 진행된다. 모든 투표는 유니버스에서 진행된 이후 최종 데이터만 우리 제작진에게 전달된다. 정확하게 방송에 반영되는지는 외부 참관인 제도를 통해 투명하게 지켜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매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공정성 논란', '조작 의혹'이 어김없이 뒤따랐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이슈가 됐다. 이미 '프듀'로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이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 더군다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표 하나, 편집 하나에 출연자의 순위가 갈리는 프로그램 특성 탓에 더욱이 예민해질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TV조선 '미스터트롯2'는 방송 3회만에 출연진 중 한명이 심사위원과 같은 소속사의 직속 후배라는 것이 밝혀져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였고, '국민가수' 측은 일부 팬들의 불법 계정을 이용한 부정 투표가 발각되자 "과거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투표 조작행위가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관련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당사는 이 상황을 매우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급히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MBN '불타는 트롯맨'은 특정 출연자의 팬클럽에 결승전 참여 입장권을 제공했다는 의혹, 우승자 내정설 등에 휩싸였고, 제작진은 "예선부터 현재까지 경연 현장에 있는 국민 대표단의 투표와 공식 애플리케이션를 통한 국민 응원 투표 점수를 통해서, 참가자들의 경연 결과를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해왔다"며 "국민들의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가 가장 결정적인 점수가 되는 바, 그 어떤 개입도 불가능하다"고 직접 해명했다.
'프듀'의 오명을 씻고자 했던 Mnet도 논란을 피할수 없었다. '걸스플래닛999'는 일부 해외팬들이 가상 전화번호 생성 애플리케이션과 매크로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부정 투표를 하는가 하면, 애플리케이션 투표 방식으로 바뀐 후에는 휴대폰 유심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부정투표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투표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이에 대해 '걸스플래닛999' 측은 "이에 엠넷 관계자는 "'걸스플래닛999' 제작진은 일부 극성 팬들 사이에서 투표가 과열됐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유튜브에서도 모니터링을 통해 어뷰징 관리를 하고 있듯, 제작진은 '유니버스'와 지속적 협의를 통해 프로그램 투표 기간 중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제작진과 '유니버스'는 투표 데이터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투표 종료 이후에도 재 모니터링을 실시했으며, 매우 보수적인 기준으로 분석하더라도 어뷰징 의심 사례는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파악했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일 종영한 '보이즈플래닛'은 시청자들이 '보이즈 플래닛 행동 연합'까지 꾸려 조작 논란에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킬링파트 멤버를 결정하는 투표 마감시간이 앞당겨 진점, 직캠 조회수 등 순위의 지표가 되는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며 해명을 요구한 것.
이에 '보이즈 플래닛' 제작진은 "집계부터 결과 산출까지 투표와 관련된 과정들에서 제작진의 투표조작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기관인 '삼일 PwC'의 검증을 거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시청자들은 트럭 시위를 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다수의 민원을 접수하는 등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위한 길은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명확한 해명을 내놓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 대규모 조작이 일어난 사실이 있는 만큼, 이미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과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Mnet, TV조선, MBN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