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사망' 건설노조 간부 또 다른 '유서' 발견, 야당 대표들에게 전달 희망
"야당 대표들에게 전해달라" 내용 명시…구체적 내용 미공개
지난 1일 양씨 영장실질심사 전 분신시도…이튿날 사망
민주노총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 윤석열 정부 맹비난
건설 현장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을 시도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모(50)씨의 또 다른 유서가 발견됐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경찰은 숨진 양씨의 차에서 밀봉된 상태의 유서를 발견했다. 해당 유서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대표들에게 전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전해졌다.
각 정당 강원도당 위원장들은 3일 오전 강원 강릉경찰서에서 해당 유서를 전달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개된 유서의 내용에 따라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노동계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 35분쯤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직후 의식을 잃은 채로 서울의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유서를 통해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와 공갈(혐의)이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양씨는 일시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기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태가 워낙 나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결국 이날 오후 숨을 거뒀다.
지난해 5월부터 강릉과 양양, 고성, 속초지역 건설노조 지대장으로 활동했던 양씨는 이틀 전 동료와의 점심 식사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간부 2명과 함께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강원지역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하는 등 피해 업체들로부터 8천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병원에 옮겨진 양씨와 노조 간부 2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모두 기각했다.
"현재까지 수사 진행 상황과 수집된 증거자료, 심문 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일부 피해자들이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양씨의 사망 소식에 노동계는 대정부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민노총은 오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가 모인 가운데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건설노조 측은 오는 4일 서울 용산에서 대정부 규탄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양씨의 사망 전 강원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원대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이 극단적 선택의 배경은 정부와 경찰의 강압 수사다.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범죄는 눈감고 건설노조 탄압에만 열을 내고 있는 정부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배 전국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장은 "경찰이 무더기 특진을 걸고 성과경쟁을 벌이고 있다. (분신 시도) 같은 사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노조 측의 '강압 수사' 주장에 강원경찰청은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고인에 대한 모든 수사과정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며 변호인 참여 등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했다. 향후 예정된 수사도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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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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