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 어렵지 않다
1983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수술을 받게 했다. 소아 심장 수술은 성인 수술보다 훨씬 까다로워 당시로서는 수술이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술비도 워낙 비싸 치료를 포기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이 사건은 흉부외과 의사들에게는 큰 자극이 되어 심장수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수술을 못 받던 환자들을 위해 재단이 설립되고 교회 등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선천성 심장질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정상적으로는 몸의 각 조직에서 산소를 공급받고 이산화탄소를 회수한 정맥 혈액이 우심방과 우심실을 거쳐 폐로 가서 신선한 산소와 결합한 다음 좌심방과 좌심실을 통해 전신으로 혈액을 공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첫째, 정상적으로 혈액이 흘러가야 할 부분이 막히거나 좁아지고 둘째, 동맥혈과 정맥혈이 비정상적으로 섞이며 셋째, 혈관 연결이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가 결합된 복합형도 나타난다.
선천성 심장질환 중에서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것은 약 10% 정도이고 대부분은 환경적인 요인이 원인이다. 특히 태아가 3~8주 사이일 때 심장이 형성되므로 이 시기에 바이러스 감염, 당뇨, 홍반성 난창, 약물, 음주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출생아 1000명 당 8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미숙아일 때는 2% 정도로 확률이 높아진다.
호흡 및 수유곤란, 청색증 등의 증상이 있으면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하여 진단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임신 중에 태아 심장 초음파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출산 전에 미리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혈액이 전신으로 공급되면 피부, 특히 입술이 파래진다. 이를 청색증이라고 부른다. 입술이 빨간 것은 선홍빛 동맥혈이 입술의 얇은 피부를 통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혈액 색을 유지할 때는 비청색증이라고 한다.
비청색증 심장병은 선천성 심장병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심실중격결손이 가장 흔하고 심방중격결손, 동맥관 개존증 등이 대표적이다. 심실중격결손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를 막고 있는 벽인 중격에 구멍이 생긴 질환이다. 좌심실의 압력은 120/80mmHg이지만 우심실은 고작 35/20mmHg 정도 밖에 되지 않으므로 심한 압력차로 인하여 빠르게 좌심실에서 우심실로 혈액이 흐르게 된다. 결국 혈액의 일부는 우심실 ? 폐동맥 ? 폐정맥 ? 좌심방 ? 좌심실 ? 우심실로 고리를 혈성하면서 순환되어 심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다행히 크기가 작고 위치가 문제를 안 일으키는 곳이면 3~4세 전에 저절로 막히기도 하므로 정기적으로 관찰을 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크기가 크거나 대동맥 판막 바로 아래 부위에 있어서 혈액이 흐르면서 대동맥판막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으면 곧바로 수술을 하게 된다.
심방은 다행히 좌심방과 우심방의 압력 차이가 적지만 심방중격결손은 대부분 구멍의 크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수술을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중격결손 정도와 위치에 따라 수술 대신 가느다란 고무호스인 카데터를 이용하여 구멍을 막는 장치를 삽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태아 때는 태아의 폐가 기능을 하지 않는 대신 태반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이 때 폐동맥과 대동맥 사이에 혈관이 있어 정맥혈이 폐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동맥으로 순환하게 된다.
일단 출산을 해서 아기가 첫 울음을 울게 되면 폐가 정상적으로 펴지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 폐동맥과 대동맥 사이의 혈관은 더 이상의 역할이 필요 없어지면서 막히게 된다.
그런데 이 혈관이 막히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대동맥의 혈액이 불필요하게 폐동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이를 동맥관 개존증이라고 한다. 이 역시 근래에는 수술보다는 카데터를 통해 기구를 집어넣어 혈액의 흐름을 막는 시술을 많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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